고소영, 박상원, 정은아, 김원희, 오연수, 송강호, 앙드레 김, 김희선, 양미경, 송일국, 이나영씨.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 유명 연예인이자 재경부·국세청·관세청이 주최하는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정부 포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개최된 올해 제41회 납세자의 날에는 MBC 사극 ‘주몽’에서 열연한 송일국씨와 탤런트 이나영씨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각각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송일국씨는 모범적인 연예활동 뿐만 아니라 2005년 수입금액이 전년대비 200% 이상 증가하는 등 성실납세에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고, 이나영씨도 성실한 납세의무로 국가재정수입 확보에 기여해 수상을 하게 됐다.
사실 유명 연예인들은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납세자의 날에 모범납세자 또는 세정협조자로 선정돼 정부 포상을 받아왔다.
‘조세의 날’에서 ‘납세자의 날’로 바뀐 2000년 제34회 납세자의 날에는 탤런트 고소영씨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고소영씨는 5억800만원의 소득 중 1억8천900만원을 세금으로 납부해 대통령표창 대상자가 됐다는 후문이었다.
이듬해 제35회 납세자의 날에는 탤런트 박상원씨와 방송인 정은아씨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각각 대통령표창을, 2002년 제36회 납세자의 날에는 탤런트 겸 MC 김성환씨와 김원희씨가 각각 대통령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탤런트 김성환씨는 당시 최근 3년 동안 8천만원의 소득세를 성실 납부한 점이 높이 평가됐고, 김원희씨는 국세청이 제작한 초중고 조세교육 자료에 출연한 인연으로 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었다.
2003년 제37회 납세자의 날에는 연예인 오연수씨가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최재원씨는 세정협조자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또 윤다훈씨는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영화배우 송강호씨와 김선아씨는 제38회(2004년) 납세자의 날에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창을 각각 수상했으며, 앙드레 김씨와 연예인 김희선씨는 이듬해 제39회 납세자의 날에 각각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앙드레 김씨는 의상실의 매출누락, 가공경비 계상 등이 전혀 없이 장부를 성실하게 기장한 점을 인정받았고, 김희선씨는 당시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3억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는 등 성실납세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제40회 납세자의 날에는 탤런트 양미경씨와 유준상씨가 각각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이처럼 매년 납세자의 날에 연예인들이 포상자 명단에 꼭 포함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2000~2007년 사이 매년 연예인들의 수입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인데, 2004년 이후부터는 왜 포상훈격이 국무총리표창으로 떨어지고 있을까?
이와 관련 국세청 출신 한 세무사는 “연예인을 납세자의 날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세금을 많이 내는 이유도 있겠지만, ‘납세자의 날’이라는 행사가 여론의 주목을 받도록 하기 위한 일환이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세청은 매년 납세자의 날이 되면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표창할 뿐만 아니라 일선세무서의 1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대거 위촉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올해 납세자의 날에는 김갑수, 최재원, 박상면, 박명수, 한혜진, 김아중, 홍경민, 장윤정, 김정은씨 등이 1일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활약했다.
일선세무서 한 총무과장은 “연예인을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위촉함으로써 ‘납세자의 날’의 기본 취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지난 2004년 이후 연예인들의 포상훈격이 떨어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국세청 한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포상훈격이 대통령표창에서 국무총리표창으로 하향됐다고 해서 이들이 세금을 적게 내거나 납세기여도가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국무총리표창 이상 수상자는 기본적인 조건은 같다고 볼 수 있고 단지 추천서열이 나눠지는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포상자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관서에서 추천한 순위가 그대로 유지된다”며 “대통령표창을 받을 만한 납세자가 많아 순위에서 밀리면 당연히 국무총리표창을 받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와 관련 한 연예인 전문 세무사는 “연예인들은 자유직업인이라는 특성상 기장을 성실히 이행하기 힘들고 제조업과 같이 생산적인 이익창출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지 않느냐”며 훈격 하향 배경을 추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납세자의 날에 연예인이 '동원'되는 것은 세무당국과 연예인의 계산이 서로 맞아 떨어진 결과물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세무당국은 딱딱하고 거북스럽기만 한 세금에 대한 인식을 대중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연예인을 동원해 '순화'를 꾀하려 하는 것이며, 연예인은 연예인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미지를 관공서 공식행사에 초청됨으로 인해 일종의 이미지상승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