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종부세 신고율 98.1%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데는 전군표 국세청장을 정점으로 한 1만8천여 국세공무원이 하나로 뭉쳐 일사불란(一絲不亂)한 세무행정을 집행한 면이 가장 큰 요인이 됐지만, 입법, 사법, 행정, 언론 등에 이어 제5부로 일컬어지는 NGO(시민단체)의 확고한 지원도 한 몫 단단히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같은 결정적 성공요인의 근저에는 국세청의 치밀한 사전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 그러나 사실 지난해 11월 말경부터 국세청 사람들은 ‘반대세력과의 총성 없는 전쟁(戰爭)’을 치렀다. 일부 거대 언론과 거대 야당, 소위 가진 자로 대별되는 적지 않은 힘을 가진 집단이 국가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과 맞서려 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공정하지도, 사리에 맞지도,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국 국세청이 승리했다. 이 번 국세청의 ‘종부세 성공’은 조세법률주의의 승리다. 나아가 향후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는데 하나의 이정표이자 바로미터가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종부세 성공요인을 집중 점검해 본다.<편집자 주>
종부세 성공 거둔 가장 큰 요인
국세청서 세액계산까지 다 해줘
물론 오는 2월말까지 종부세 납부대상자는 자신이 신고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안이 도출될 지 속단할 순 없으나, 여러 정황을 살펴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부세가 첫 시행됐던 지난 2005년에 국세청이 거둔 신고율은 96.7%였다. 납세대상자가 34만명으로 대폭 늘어난 2006년도에는 98.1%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신고율 달성의 저변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이는 큰 틀에서 약 네 가지 정도로 집약된다.
우선 그 첫 번째가, 국세청에서 세액계산을 깔끔하게 해줬다. 아무리 신고납부제라고 하지만, 다른 세목의 경우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정상적인 종부세 신고납부는 12가지 세액계산방식으로 납세자 입장에선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기 그지없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를 1가지로 통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자동으로 세액계산까지 다 해줬다. 자동세액계산프로그램이 전격적으로 작동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다보니 가뜩이나 종부세 신고납부에 불만과 어려움을 갖고 있던 대다수 납세자들은 공신력 있는 국세청의 이같은 신고서를 받아들고 세금신고를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둘째로, 연도말임에도 불구 일선 업무량을 ‘종부세 신고업무로 일원화’ 한 점도 이번 종부세 성공요인의 한 축이다. 이른 바 여타 업무를 대폭 축소시켜 이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평소도 그렇지만 특히 연도말이 되면 일선 세무서는 ‘화장실 갔다 올 시간도 없이 바쁘다.’ 그 이유는 각종 연도말 마무리 업무가 그렇고, 가장 골칫덩어리면서 중차대한 체납정리 업무가 있다.
그런데, 본청 차원에서 종부세 신고업무만 전담하도록 일선 업무부담을 단일화 한 것이다. 물론 2006년 12월1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 동안 그렇게 했다. 이러한 본청의 아낌없는 배려가 있다 보니, 일선은 종부세라는 한 가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에 만전을 기할 수 있어 이같은 성공적인 98.1%의 신고율이 거양된 것이다.
全 국세청장 긴급 화상회의 통한
지방청장·서장 독려 절묘한 선택
셋째로, 全君杓 국세청장의 지방청장과 일선관서장에 대해 화상회의를 통한 적극적인 독려가 절묘한 시기에 이뤄진 점도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국세청은 ‘언론, 강남지역을 위주로 한 종부세 납부대상자,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 서초동 모 아파트 주민들의 소송제기’ 등 온통 반대세력으로 포위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외부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국세청 내부적으로는 종부세 신고율이 90%대 이하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전 국세청장의 화상회의를 통한 종부세 신고율 제고 독려는 국세청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결정적 촉매제가 됐다.
그 결과 이들 반대세력의 주장은 한낱 ‘찾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를 두고 국세청 관계자들은 전 국세청장의 업무추진력(推進力)과 투철한 국가관(國家觀)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어 외부로 표출되진 않았지만, 전군표 국세청장을 필두로 6개 지방청장, 106개 세무서장 등 전원이 ‘세금에 대한 오해 그리고 진실’ 책자를 관내 유력인사, 세정협조자 등에게 일제히 배부하고 종부세 신고납부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사말씀과 이들을 직접 만나는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한마디로 국세청 1만8천여 국세공무원 전원이 종부세 신고납부에 온갖 정열(情熱)을 다 쏟았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종부세 납부대상자 국내 전체 1%
가진 자, 신성한 의무이자 자긍심
이같은 상황에서 한상률 국세청 차장도 구랍 27일 종부세 신고·납부와 관련한 기자 브리핑에서 "세금은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이며, 세금을 거부하면 '반(反) 사회범'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 한마디의 멘트가 사회전반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한편 이 번 종부세 신고가 성공한데는 서울청의 역할도 한 몫 단단히 했다. 서울청은 주지하다시피 여타 5개 지방청에 비해 종부세 납부대상자가 가장 많았을 뿐 아니라, 강남, 서초 등 소위 반대세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
朴贊旭 서울청장은 “서울청이 국세청의 맏형으로써 항상 모범이 돼야 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위상적 부담감으로 종부세 신고기간 내내 밤잠을 설쳤다”는 후문이다.
나아가 박 서울청장은 ‘서울청 종부세 신고율이 90%에도 못 미치면 끝장이라’는 배수진(背水陣)을 쳤다한다. 워낙 반대세력의 주장이 강했고, 여건 또한 너무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서울청장은 전 국세청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의 탁월한 지도력과 책임감으로 산하 24개 관서장을 신뢰(信賴)하며 그들을 믿고 애정(愛情)어린 호소를 통해 종부세 신고율 97%의 실적을 거양했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납부자는 국내를 통틀어 전체적으로 약 1%입니다. 종부세는 '현대판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實踐)' 입니다. 따라서 종부세 납부는 가진 자의 신성(神聖)한 의무(義務)이자, 자긍심(自矜心)입니다." 라는 문구를 만들어 국민에게 종부세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신세목에 대한 확실한 이정표를 세운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 종부세과도 이 번 종부세 신고율 98.1% 달성에 견인차 역할을 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 결과 김남문 부동산납세관리국장은 대전청장으로 파격적으로 영전을 해갔다. 사실, 김 대전청장은 여타 고공단 국장급에 비해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했다. 부동산기획부단장에서 본청 총무과장이 그러하고, 특히 총무과장에서 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일약 3단계나 대 영전을 했다. 이를 두고 세정가는 그가 “종부세 등 부동산 업무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점을 높이 사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는 그의 관운(官運)이 서기관(4급) 때와는 너무 다르게 좋아 그 기운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稅務士의 적극적인 지원협력도
종부세 신고율 제고에 한 몫
한국세무사회도 종부세 신고납부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를 적극 지원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한데다 임향순 회장을 비롯한 회 고위 임원부터 종부세를 신고납부 했다.
종부세 신고기간이 한창이던 구랍 12월 1~15일 사이에 조세전문가인 세무사(稅務士)들에게 개인 또는 중소납세자들로부터 무슨 상담(相談)이 가장 많았을까를 확인해 본 결과, ‘종부세를 신고납부하지 않고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고 한다. 본디, 재력가는 돌다리로 두들겨 보는 법. 음으로 양으로 세무사들에게 무한정 핸드폰 상담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 조세전문가인 세무사의 ‘기지와 저력, 나아가 애국심’이 한껏 발휘되는 순간이다. 만약, 컵 속의 좁은 생각으로 자신의 호주머니에 잇속을 챙기려 했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당시 세무사 모두는 “경정청구를 하는 것은 자유지만, 우선 종부세를 신고납부하고 그렇게 하시라!”고 통일(統一)된 상담 답변을 보내준 것이다.
더욱이 세무사는 각자 개개인이 독립된 주체로 활동하기 때문에 개별상담에서 엉뚱하고 사리에 맞지 않는 답변이 나가면,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한 세무사만 잘못된 언급을 하면, 그 소문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삽시간에 퍼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무사 역시 지난 종부세 신고율 제고에 국세청의 세정동반자로써의 제 역할을 차질 없이 그것도 톡톡히 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참여연대의 전폭적인 지원도 종부세 신고율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참여연대는 "서울 강남 일부지역에서 종부세 납부 거부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이는 '종부세에 대한 오해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 "자치단체별로 격차가 큰 재산세를 시정하기 위해 종부세를 국세로 걷고 이를 일정한 기준으로 다시 지방에 재교부하기 위해 만든 세목이 종부세"라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만약, 시민단체의 영향력 1위인 참여연대가 반대를 했다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비디오다”라면서 “참여연대가 인정한 종부세는 이제 우리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린 성공적인 세목이 아닐 수 없다”고 밝힌 점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종부세, 아직 끝나지 않았다…향후 일정 등 이슈>
종합부동산세 신고납부가 구랍 15일(금)로 마감됐다. 그러나 이 날까지 자진신고납부를 하지 않은 종부세납부대상자는 세액공제 3%를 받지 못하게 됐다.
특히 국세청이 종부세를 자진신고납부 하지 않은 종부세납부대상자에 대해 곧바로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하지는 않는다.
이는 국세청이 ‘종부세가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 2005~2007년(3개년) 동안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종부세 고지서(내년 2월말까지 고지서 보냄)를 받고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 3%까지 물게 되는 등 적잖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국세청은 종부세 납부대상자가 내년 2월말까지 부과고지 된 종부세를 정해진 기간내에 납부하지 않을 경우 3%의 가산금이 부과되고, 그래도 납부하지 않으면, 매월 1.2%씩 중가산금(세액 50만원이상일 경우 부과됨)이 5년간(60개월) 최장 75%까지 부과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종부세 위헌소송과 관련, “세법에 명시된 경정청구는 신고기한 내에 신고를 해 신고세액이 신고해야 할 세액보다 많아 환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환급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는 법정기한 내에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면서 “경정청구는 환급사유가 발생한 경우 등을 대상으로 하므로 그 기한을 법정 신고기한 경과 후 3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종부세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종부세를 신고납부하지 않은 납부대상자는 경정청구권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