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세무사징계양정규정 문제로 세무사계에는 소위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세무사징계위원회가 열릴 때 마다 징계를 당하는 세무사들은 '이중처벌적인 이 규정을 이대로 적용하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다'며 이의 합리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권한을 행사하는 재경부는 요지부동(搖之不動) 그 자체다. 某 세무사는 세무사회가 “이렇게 애간장을 태우며 건의하는데 재경부는 강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고 불만이다.
또 "재경부가 행여 구설수에 오르기 싫어 수수방관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시각도 있다.
세무사 징계권 행사의 주무부서는 세제실이고 세제실장이 세무사징계위원회 위원장이다. 징계위원회 위원은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개인납세국장 ▶법제처 ▶변호사회 ▶회계사회 수석부회장 ▶세무사회 부회장 으로 구성된다.
올해 징계위원회는 지난 5월과 11월 단 두 차례 열렸다. 내년엔 2월경에 열릴 예정이다. 이에 세무사징계양정 규정 개선을 위해 세무사회장의 특사자 자격으로 재경부와 물밑협상을 벌이고 있는 채수인 세무사회 윤리위원장을 직격 인터뷰 해 그동안의 징계양정규정 완화 추진 진척도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하는데.
“그렇다. 유독 우리 세무사에 대한 징계양정규정만이 타 전문자격사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 세무사로서 행한 불성실세무대리 행위와 자연인으로서의 세무사가 행한 잘못 등 두 가지를 한데 묶어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그것이 바로 이중처벌적 성격을 띠고 있어 분명 잘못된 것이다.
불성실 세무대리를 야기한 경우 이에 대한 처벌에 대해 어느 누가 이의를 제기 하겠는가! 그런데 현실은 이 두 가지를 다 적용한다. 이로 인해 회원들의 원성(怨聲)이 자자하다. 그런데도 주무당국인 재경부는 세무사회의 집약된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좀 더 상세히 설명해 달라
“예를 들어 세무사 7천명이 다 불성실하다고 단정 짓는 것과 똑 같다. 어느 단체나 조직도 항상 일부가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일으킨 일부(그것도 불성실 세무대리 행위에 대해서만)에 대해서 징계를 하면 되는 것이다.한사람의 납세자로서 세무사 개인이 잘못을 했다면 조세범처벌법 등 세법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따라서 현행 징계양정규정은 우선 징계대상이 잘못 돼 있다는 얘기다. 본말이 전도 돼 있다. 이 문제는 결국 국민이 판단해야지,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왜 재경부가 세무사 징계양정규정을 완화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보나
“아마도 재경부가 정책판단 측면에서 균형 감각을 상실하지 않았나 싶다. 답답하다. 우리의 입장을 간곡히 설명하는데도 뜻대로 잘 안 된다. 분명 우리 세무사회에서 현행 징계양정규정이 잘못돼 있어 이를 개선해 달라고 하는데도 도무지 이를 개선하려 들지 않는다. ”
-재경부에 징계양정규정 개정에 대한 건의를 몇차례나 했는가
“한 두 차례 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해 왔고, 특히 올 들어서는 회원들의 의견을 집약해 강력히 건의했었다.”
-그런데도 개정이 안 되는 이유는 혹시 성실납세제(舊 간편납세제)도입과 연관돼 있는 것 아닌가
“그 사안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세무사계 일각에선 재경부가 도입하려던 성실납세제가 세무사회의 저지로 큰 타격(?)을 받자, 세무사회의 중차대한 건의사안을 의도적으로 보이콧(?) 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재경부도 처한 상황과 입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회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타 전문자격사도 징계권이 소관부처에 있나? 선진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 마디로 타 전문자격사는 징계권이 정부당국에 있지 않고, 협회(본회)내에 있다. 일례로 변호사회가 그렇다. 변호사회는 징계권이 변호사회 내에 있다. 우리 세무사회만 유독 징계권이 재경부에 있다.
외국의 경우 세무대리제도가 활성화 돼 있는 독일, 일본 등도 징계권이 협회 내에 있지 정부당국에 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7천3백여 회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잘못된 규정인데 왜 빨리 개정되지 않느냐, 도대체 본회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 언제까지 징계권을 재경부가 갖고 직능단체를 쥐락펴락 해야 하느냐’ 라며 원성이 자자하다. 나 자신도 이런 항의와 불만섞인 전화를 너무 많이 받곤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못해 이젠, 노이로제까지 걸렸다.”
-세무사 징계위원회는 또 언제 열리고, 개정될 것이라고 낙관하는가?
“내년 2월경 열릴 예정으로 알고 있다.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재경부의 공정한 균형감각만 유지한다면 개정의 여지도 있다고 본다. 희망을 갖고 물밑 대화를 지속하고 싶다.”
-향후 세무사회의 대책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세무사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객관적 입장에서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해 나가겠다. 재경부도 우리의 주장이 옳다고 판단되면 이를 수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