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가 이미 등록된 비슷한 상표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의뢰인에게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제품을 제조하게 하는 등 손해를 입혔다면 30%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주기동 부장판사)는 화장품 제조업자 이모 씨가 변리사 김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2006년 3월 이씨는 '서휘'라는 이름의 화장품세트를 홈쇼핑업체에 납품하기 위해 김씨에게 이 명칭으로 상표등록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김씨는 상표 검색 사이트 등에서 검색어 '서휘'와 화장품 분류번호를 조합해 검색한 뒤 "출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관련 서류를 이씨에게 보내줬다.
이씨는 김씨와 상표등록 출원 업무에 관한 위임 계약을 체결했고 김씨는 즉시 특허청에 상표출원을 마쳤다.
출원이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은 이씨는 하청업자에게 '서휘' 상표를 사용한 화장품 용기와 포장 및 내용물을 주문해 납품받는 등 제품 제작에 4천900여만 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출원된 상표가 1997년 국내 유명 화장품 업체에서 이미 등록을 마친 상표와 유사하다며 상표 등록을 거부했다.
등록된 상표는 검색 사이트에서 '서휘'라는 검색어만 치면 바로 확인되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구(舊) 분류번호로 등록돼 있어 김씨가 사용한 분류번호를 조건으로 입력하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변리사인 김씨가 같거나 유사한 상표가 이미 등록됐는지 검색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소홀히 해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김씨는 '위임받은 업무는 상표 출원일 뿐 동일한 상표가 등록됐지는 검색하는 업무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라고 항변했으나 1ㆍ2심 법원은 모두 김씨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중간에 화장품의 분류번호가 바뀐 사실을 간과했고 그럼에도 상표 등록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씨가 제품을 주문제작했다. 그가 특허 출원부터 등록 유지ㆍ관리까지 제반업무를 위임받은 만큼 이씨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변리사는 단순히 국가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하거나 이를 제출하는 업무만을 취급하는 행정사와는 달리 위임받은 본래의 취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기울여 상표 등록 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출원 자체로 등록이 보장되는 것이 아님에도 성급하게 제품을 납품받은 이씨에게도 과실이 있어 김씨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며 "김씨는 이씨에게 1천49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주문했다.(연합뉴스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