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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6. (월)

내국세

대기업 세무조사 진실과 오해

"세금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만 골라 조사하는 것"


韓相律 국세청 조사국장이 언론에 연이어 국세청 조사분야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韓 국장은 지난해 탈세혐의자 통신기록조회권과 관련된 국세청의 입장에 대해 某일간지에 기고문을 낸데 이어, 최근 某일간지에 '대기업 세무조사 진실과 오해'라는 제목으로 역시 기고문을 냈었다.
한 국장의 기고문은 작금의 국세청 조사분야와 대기업,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 전반에 대한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축약하면서도 조사행정의 핵심을 짚어 국세청의 입장을 확실하게 대변했다는 점에도 세정가는 물론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한 국장이 기고해 온 내용 전문이다


 

한상률
국세청 조사국장

 

민주국가의 세금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한다. 그것이 세법이다. 국민들은 자신들의 대표가 정한 세법대로 세금을 내야 한다. 그것이 공평과세이고 조세정의이다.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이 대다수다. 근로소득자들이 그렇다. 그러나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들이다.

일부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세무조사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수백억원이상씩 추징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세법에 정한 대로 세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추징당한 것이다.

이와 같은 불공평을 시정하는 것은 국세청의 마땅한 책무이다. 이러한 책무를 소홀히 한다면 조세정의 실현은 요원하다.

국세청 임무는 세금공평 부담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대기업 세무조사 계획에 대해 논란이 많다. 국세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하나가 코드 맞추기식 세무조사 논란이다. 이번 조사계획은 작년부터 기획해 온 것이다. 탈루혐의를 찾아내고 조사대상을 확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대통령 신년연설에 맞춰 갑자기 준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1월25일 부가가치세 신고와 3월 법인세 신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신고과정에서 세금을 조절해 신고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사전에 막는 한편, 조사방향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효과의 최적시기를 택한 것이 1월18일이다. 이것이 대통령 신년연설과 우연히 시기가 일치한 것일 뿐이다. 참여정부의 중요한 업적의 하나는 이른바 권력기관의 중립성이다. 오랫동안 국세청의 염원이기도 했다. 국세청은 모처럼 이룩한 세정의 중립성이 오해에서 비롯된 이번 논란으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음은 세수 부족을 채우기 위한 세무조사라는 오해이다. 국세청의 임무는 모든 국민이 세법에 정한대로 세금을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무조사도 마찬가지다.

특히 법에 정한 세금을 정확하게 내고 있는 600만 근로자를 생각할 때 수십억, 수백억원씩 세금을 탈루한 대기업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조세정의를 말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논란은 세무조사로 인해 기업경영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반대이다. 이번 조사 프로그램은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기업은 세무조사를 덜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금 탈루의 유형과 앞으로의 조사방향도 예고해 줬다. 기업스스로 법에 정한 대로 세금을 정직하게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되면 세무조사의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세무조사, 특히 무차별적인 수시조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이 또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하다. 어느 신문에서 말한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 기업'을 조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만'을 골라 조사하는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무조사는 기업부담 덜기위한것
'세무조사란 칼을 함부로 휘두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정직한 기업은 조사하지 않도록 조사를 절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매년 조사대상 법인 수를 공개하기 때문에 연말에 가면 조사법인 수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호황업종을 잠재적 탈루자로 간주,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 또한 기우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사대상은 탈루 혐의가 포착된 기업에 국한됐다. 이번 논란이 소모적 논쟁으로 끝나지 않고,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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