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4일자로 국세청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바로 일선 세무서의 과 조직이 대폭 개편된 것. 이같은 조직개편은 그동안 분리됐던 부과와 징수를 세원관리과(부과과)로 일원화함에 따라 징세과가 폐지되고 총무과가 재신설됐으며, 세원관리과가 증설됐는가 하면, 조사과가 단일과로 통합됐다. 그런데 조직이 쉽사리 안정된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조기에 조직이 안정된다는 것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지적을 하는 관서장도 있다. 그것은 국세청이 국가재정 조달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데다 국세청의 손길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 상층부는 조직의 조기 안정을 위해 관서장들을 적극 독려하는 한편, 관서장들은 상층부의 지시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 싶다. 이에 대해 분야별로 핵심적인 부분만 중점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세원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
서울시내 某세무서 세원관리과(공히 개인, 법인, 재산 포함)에 들어서면 과·계장을 중심으로 수명의 조사관(?)들이 각자의 책상에 앉아 컴퓨터와 대화를 나눈다. 이들에게 주어진 직함은 분명 '조사관'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아닌 컴퓨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이 장면을 목격한 前 국세공무원 출신 某세무사는 친구인 세무서 과장을 면담하러 가는 순간 서글퍼서 혼이 났다고 회고했다. 이 세무사(稅務士)는 "각자 청운의 꿈을 안고 국세청에 입문한 일반승진(특승) 출신이자 국세경력이 출중한 후배들이 아니냐"면서 "더욱이 고급 엘리트인 저들이 납세현장에 나가 있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는 그 자체가 서글프다"고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와 관련, 일선의 某조사관은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이 세원관리과에서 부과·징수에 한몫을 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현실은 컴퓨터에 의한 전산입력 등의 업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현장에 나가 정보도 듣고 실상파악이 가능할 텐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일선의 某 서장은 "全君杓 국세청장이 취임이후 '세원관리가 이렇게 안돼 있는 줄은 몰랐다'고 강조한 이후 조직 개편이 단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원관리 문제는 특단의 대책(지역담당제 부활 같은)이 나오기 전에는 원천적으로 해결될 부분이 아니어서 세무조사로 이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세무서에서도 사회적으로 악질적이고 고질적인 탈세범, 즉 불성실 납세자에 대해선 반드시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사회 전반에 공표함으로써 법의 존엄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성실납세자를 공표해 우대하고 이들이 혜택을 받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이 세무서장은 강조했다.
-체납정리가 어려운 이유
예나 지금이나 일선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업무 중 하나가 체납정리업무다. 국세청이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 전에는 징세과에서 체납정리를 전담했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부과과인 세원관리과로 체납정리 업무가 넘어왔다.
"납세자와의 접촉금지 조치이후 전화와 서류를 갖고 전산업무를 보고 있죠. 체납정리 업무와 관련해 컴퓨터를 보며 20여가지 항목에 체크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곤 하지요. 조사관 1인당 처리해야 할 건수도 급증했고, 요즘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워낙 커져서 업무 처리에 여간 애를 먹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일선 조사관은 낮은 음성으로 말했으나, 이는 커다란 아우성이자 결코 적지 않은 파열음으로 들려오기에 충분했다.
"상층부에서는 조직을 조기에 안정시키되, 특히 체납정리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라고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데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묘책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일선의 某 서장은 말했다.
이에 대해 某 지방청의 某 과장은 "체납세금에 대한 관리는 해당 체납자가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납부기간 유예 및 연장조치)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만약 기업이 도산하거나 체납자가 납부할 자금이 없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탈세정보 수집이 어려운 이유
"일선 경찰서는 정보과가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소위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원(情報員)이 있지요. 그런 경찰서 정보과도 1주일에 정보 1건 올리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사과내에 세원정보팀 조사관 약 5∼6명이 1주일에 탈세정보 2건을 보고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점은, 현장에 나가도 납세자들이 말을 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느 사람이 자신의 약점과 비위사실을 고백하겠습니까.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한다면 모를까."
국세청이 세원정보팀 조사관 1인에게 지급하고 있는 소위 업무추진비는 1일 1만원 정도로 한달에 약 20여만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금액의 다소(多少)를 떠나 탈세정보 수집 여건이 그리 녹록치 못한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의 대안으로 "각급 세무서 정보팀의 경우 서장 직속하에 그것도 서장의 전적인 책임 하에 서장의 그림자 조직으로 움직이게 하되, 승진과 업무추진비, 수당을 대폭 상향하는 등의 그야말로 특별한 우대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일선의 某 과장은 주장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인사분야
"얼마전에 서기관 6명이 특별승진을 했다. 이 가운데 행정고시 출신이 무려 4명이나 됐다. 고시 출신에게 고춧가루를 뿌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고시 출신은 기수별로 승진을 하곤 한다. 이는 일상화됐고 관행으로 정착된 지 오래다. 이에 비해 일반승진 출신은 한참 일할 나이에 직급별로 승진의 문턱에서 연령제한 대상으로 지적된다. 이른바 일반승진 출신은 나이 순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특별승진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야말로 특별승진 아닌가. 물론 업무유공, 조직기여도, 주위의 평가 등이 반영돼야 하겠지만, 앞으로 특별승진은 일반승진 출신에게만 적용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승진 출신인 某 고참 사무관의 이 말은 국세청 1만7천여 공무원 중 약 97∼98%를 차지하는 일반승진 출신의 설움을 대변해 주고도 남는다.
특히 일반승진 출신중에 7급 공채 출신의 6급 승진은 턱 없이 늦었다. 당시 시대상황이 그러했다. 이들이 유능하고 고시 출신 못지 않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승진시켜 줄 TO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3∼5년 사이엔 상황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7급 공채 출신 다수는 자신들의 처지를 일절 비관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특별승진에서 이를 챙겨달라는 소리없는 주장을 인사권자에게 보내고 있다.
-6급 고참직원, 최대 희망은 5급 승진, 세무사 자격 보유
"역대 국세청장들이 한결같이 주장하고 표방한 정책은 바로 정도세정, 열린세정, 혁신세정, 선택과 집중, 따뜻한 세정으로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용어만 다를 뿐 일선 기능 활성화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일선 직원들의 사기(士氣) 충천을 위해서는 일선의 허리역할을 하는 6급 조사관들의 바람을 현실화해 줘야 한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딱 두 가지다. 그것은 '5급 사무관 승진과 세무사자격 보유'다.
사무관 승진은 관리자의 반열에 오르는 최초의 관문이다. 또한 사무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해도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면 평생 직원으로 국가를 위해 봉직한 이들에게 보상이 되고 곧바로 자존심(自尊心)을 회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6급 고참으로 25년간 근무한 경우에 한해 세무사 자격을 주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이는 제도적 또는 국세청장 훈령으로라도 반드시 명문화돼야 한다.
지금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가슴 속 깊숙한 곳엔 자긍심 회복의 날이 언제가 될지를 놓고 노심초사(勞心焦思)가 한창이다. 과연 이를 해결해줄 국세청장이 누가될지 사람의 신체로 치면 허리에 해당되는 이들은 이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