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영업이익 급증했으나 법인세수는 급감
IFRS17 시행 따른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문제
세제실·금융위 설득으로 설정률 조정…세수 1조4천억 증대 효과
“보험회사들의 2023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급증했는데도 불구하고 2024년에 낸 법인세가 급감했다는 보고를 듣고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하셨다. 즉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하셨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서울청장으로 재직한 때 당시 서울청 법인세과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7개 지방국세청과 전국 세무서의 법인세 신고관리를 총괄하는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역임한 ‘촉’이었을까, 강 청장은 보험회사의 법인세 납부에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금융위 등에 따르면, 국내 4대 보험사의 2023년 영업이익은 10조원에 달하는 등 전년도 4조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도 납부한 법인세는 3조원에서 8천억원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였다. 2023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서 계약자 보호를 위해 신설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로 인해 보험업종의 법인세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 것.

금융위원회는 2021년 6월 종전의 보험계약기준서(IFRS4)를 전면 대체하는 IFRS17을 국내 회계기준으로 채택·공표했다. IFRS17은 2023년 1월부터 시행됐으며, 보험부채의 평가가 취득원가 기준에서 현재가치 평가로 변경됐다. 또한 보험부채의 현재가치 평가로 보험부채가 감소해 해약환급금에 미달할 가능성을 감안, 보험업감독규정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를 마련했다.
기획재정부 또한 2022년 법인세법 개정을 통해 보험회사의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을 수용했으며, 법인세법에서도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계약자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으로 적립된 준비금임을 감안해 손금으로 인정했다.
결국 IFRS17 시행과 법인세법 개정으로 보험회사가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적립할수록 법인세가 줄어드는 구조였던 것.
참고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계약자 보호라는 정책목적상 타당하고 필요한 제도이지만, 준비금은 실제 발생하지 않은 비용이고 설정기준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현행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모든 보험계약이 일시에 해지되는 경우를 전제로 적립하도록 돼 있는데 매우 현실적이지 않은 제도다. 그 결과 준비금을 과도하게 설정하게 됐고 역대급 이익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납부액이 줄어든 것이다.
당시 강민수 서울청장은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본청 법인세과와 협력해 준비금 제도개선을 지시했으며, 본청 법인세과는 관련내용을 분석한 후 기재부 세제실과 제도개선을 위한 협의에 나섰다.
본청 법인세과는 세제실을 찾아 실제 대규모 이익이 발생했고 납부여력도 있는 보험사가 일정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도록 준비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청장 또한 기재부 간부들과의 만남에서 이 문제의 개선 필요성을 강력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드디어 세제실에서 제도개선에 착수했다. 한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보험업의 특성상 기재부만이 아닌 금융위원회라는 또다른 산을 넘어야 했다.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보험업감독규정’의 개정이 필요한데, IFRS17 시행 첫 해에 곧바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로서는 큰 부담이었던 것.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세청 모두 입장이 상충되는 상황이었지만 끈질긴 협조요청과 부처의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12일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례는 세입징수기관이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상급부서에서 제도개선에 나서는 한편, 유관부서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등 정부 부처 간에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한 성공사례로 남게 됐다.
개정 보험업감독규정은 지급여력비율이 높은 보험회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며, 적용대상 보험회사는 법인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설정률이 100%에서 80%로 축소돼 다음달 법인세 신고 시 법인세 납부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작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으로 약 9천억원의 법인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올해 지급여력비율이 190% 이상인 보험회사로 적용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8월 법인세 중간예납 분까지 감안하면 약 1조4천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또다른 사례로, 법무사가 지방세 대납으로 받은 카드 캐시백 과세 사례 역시 전문직사업자에 대한 조세정의 차원에서 국세청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낸’ 경우다.
일례로 카드회사는 법무사가 고객의 지방세를 본인의 신용카드로 대납하면 최대 2.4%의 캐시백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런데 국세청이 A카드회사가 3년간 법무사에게 지급한 캐시백 294억원을 살핀 결과, 법무사가 소득신고를 한 경우는 전무했으며, 다른 카드사의 사정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결국, 고객들로부터 지방세 등을 납부하는 용도로 돈을 받은 후 자신의 카드로 대납하고, 카드사로부터 받은 캐시백은 일체 무신고해 왔던 셈이다.
국세청은 카드사의 5년간 전체 캐시백 자료를 확보한 후, 전국 법무사 1천623명에 대한 캐시백 860억원의 소득신고 내용을 점검하는 등 일정액 이상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