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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23. (수)

내국세

강민수 국세청장 "맺은 인연 소중히 간직하고, 나눠준 정 잘 기억하겠다"

퇴임식에서도 유쾌함 잃지 않은 '만인의 戀人'

공직 찬란한 순간 이면엔 위기와 굴곡, 그리고 인간적 고뇌 있어

'보다이'·'인조예법' 앞세운 리더십으로 짧지만 큰 족적 남겨

 

 

 

 

 

 

 

강민수 국세청장이 23일 세종시 국세청 본청 3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갖고 31년 4개월 공직을 마쳤다.

 

작년 7월23일 제26대 국세청장 취임식을 통해 부임한 이후 1년 만의 퇴임으로,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국세행정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데 부족하지도 않은 세월이다.

 

강 국세청장은 이날 퇴임식에 앞서 청년을 지나 장년에 이르도록 국세청 발전을 위해 꿈과 노력을 바쳤던 본청 각 국·실을 방문해 직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는 한편, 국민을 위해 더욱 분발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전 10시40분부터 본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는 식전 행사로 축하 공연이 열려, 강 청장 최애곡으로 익히 알려진 변진섭의 ‘숙녀에게’와 Josh Groban의 ‘You Raise Me Up’을 염세영 서울청 조사국 팀장이 직접 불렀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퇴임식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른 가운데 가족소개와 약력 보고까지는 여느 퇴임식과 다를 바 없었으나, 이어진 퇴임사에서는 PPT와 레이저포인트가 동원되는 등 형식과 내용에서 파격을 선보여 직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16년 본청 전산국장 전입 당시 선물로 받은 레이저포인트를 손에 든 강 청장은 “본청 국장, 지방국세청장, 본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관서장회의는 물론 승진 등 각종 행사와 OECD 및 SGATAR 등 국제회의에서 발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사용했는데, 오늘 공직에서 레이저포인트를 마지막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1994년 공직 시작 후 31년4개월 만에 퇴임을 맞은 강 청장은 “초임지인 제주세무서부터 또 그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여러모로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며, “그래도 직장생활하면서 조직과 또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왔고 모자란 점도 많이 채워졌다”고 술회했다.

 

이어 “학창시절 생활기록부에 내성적이라고 적혀 있는 저를, 지금은 유쾌맨이라고까지 불리도록 성장시켜 주고, 대외기관과의 만남에서 단련시켜 주었으며, 저 자신보다는 다른 분들을 보다 더 배려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주신 것도 국세청 조직과 같이 근무한 동료 여러분이었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본청장 취임 당시 내걸었던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이라는 슬로건에 대해선 “2012년 본청 운영지원과장 당시에 본청장께 제안해 써먹었고, 혹시나 나에게 지방청장 또는 그 이상의 기회가 온다면 꼭 다시 쓰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슬로건은 강 국세청장이 서울청장 이전인 대전청장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모토다.

 

강 청장은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직원들을 보듬고 다독이며 잘 이끌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었음을 술회했으며, 특히 본청에서 ‘인조예법(인사·조직·예산·법령개정)’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음을 회상했다.

 

퇴임식에서 만큼은 팔불출 얘기를 듣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 “우리 집사람이 저한테 한 번씩 ‘아마 당신만큼 국세청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은 없을 거다’라고 말을 한다”며, “30년 이상 국세청 조직과 또 같이 근무한 분들을 포함한 우리 국세청 동료들로부터 오랜 기간 은혜를 입었는데 제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증거자료로(?) 최근 3년간의 건강검진 기록도 내보였다. 콜레스테롤·중성지방 등의 수치가 적힌 사진을 제시하며 “본청장 온 이후로 특히 안 좋아졌기에, 제가 조직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로 이해해 달라”고 퇴임식에 참석한 직원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실제로 강 국세청장은 재직시 부동산 감정평가 예산을 두 배 이상 따냈으며,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손금비율을 낮추고, 연말정산 부양가족 부당공제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올해에만 수조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법무사사무소의 신용카드 캐시백 수입과 대기업 직원의 과도한 할인 혜택 등도 과세영역으로 끌어들였으며,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이행강제금과 징수포상금 등을 입법화했다.

 

특히, 정원증대와 직제개정을 통해 18년 만에 상반기에 6급 이하 승진을 이뤄낸 일, 일선세무서의 안전요원을 10배로 늘리고, 직원들의 월세나 이사비 지원도 상당 부분 현실화시킨 것 등도 강 청장이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이뤄낸 업적이다.

 

비단, 본청장 재직 당시뿐일까, 20년도 더 지난 2003년 본청 국조국 사무관 시절에는 서울청 송무국이 수행 중이던 외국계기업 스톡옵션 소득 과세 소송을 지원해 대역전극을 썼다.

 

소송금액은 237억원에 불과(?)했으나, 패소할 경우 1천억원 이상을 환급해주어야 하는 등 국세청 입장에선 위기의 순간이자, 동경지방법원에서 열린 동일한 소송에서 일본 국세청이 패배한 직후였기에 아무도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당시 강 사무관은 직접 자원해 1년6개월 이상 소송을 수행한 결과 대역전 승소했다.

 

2년 연속 세수 펑크에 더해 역대 최대의 세수추계 오차 또한 국회로부터 질책을 받고 있으나, 강 청장이 2019년 징세법무국장 재직 시절엔 국세청 소관 예산과 실적 모두 284조4천억원으로 세수오차가 0.009%(127억원)에 그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찬란한 순간의 이면엔 위기와 굴곡,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 또한 있었음을 강 청장은 퇴임사에 가감 없이 말했다.

 

강 청장은 “지난 2012년 서울청사에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 당시 공직생활을 마감할 뻔한 위기도 있었다”며, “본청 국장 재직 당시인 2016년부터 2021년까지 4년7개월 동안 세종호수공원을 900바퀴 이상 돌던 번뇌의 시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3년 전인 2022년 7월 대전청장에 부임한 이후부터는 공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그때 그 때의 자리에서 같이 근무하는 우리 동료분들에게 ‘좋은 사람, 좋은 청장’이 되는 것만을 생각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더 잘할 수는 없었나’라는 후회가 남는다”고 술회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화제(?)를 모았던 처가와 부인에 대해서도 퇴임식에선 자연스레 거론했다.

 

강 청장은 “집사람이 언론에서 엄청 부풀려진 그렇게 있는 집 딸도 아니지만, 국세청 다니는 신랑 만난 죄로 좋은 옷도 가방도, 작고 이쁜 빤짝이도 잘 착용 못했고 스타벅스도 잘 가지 못했다”며, “그동안 미안했다”고 퇴임식을 맞아서야 다독였다.

 

퇴임식 후반에 이르러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자어와 국세청 가족들을 향한 바람도 전했다.

 

강 청장은 “제일 좋아하는 한자어는 인연 할 때 ‘연(緣)’과 초코파이 ‘정(情)’이라고 오래전부터 얘기해 왔다”며, “여러분과 제가 맺은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여러분이 제게 나눠준 정을 잘 기억하겠다”고 만남과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이어 “저는 어디에 있건,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들께 더 좋은 시간이 앞으로 계속 계속 되길 두 손 모아 빌겠다”며, 유안진 시인의 ‘밤하늘에 쓴다’라는 시를 소개한 뒤 “이 시에 있는 것처럼 우리 다시 만나기를 소망한다”고 퇴임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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