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국세청장이 지난 14일(수)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대한 특강을 했다. 이 특강은 역대 국세청장 가운데 최초로 그것도 9급 신규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이어서 국세청 역사에 ‘효시’로 길이 남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날 특강에서 全 국세청장은 “9급 신규직원에게 꿈과 희망, 열정과 프로의식, 주인정신과 책임감을 갖고 일해 장차 국세청의 인재로 성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강을 마친 전 국세청장은 친필로 쓴 “미래인재양성(未來人材養成)”이라는 표지석을 제막했다. 지난해 9월 OECD 국세청장 회의의 우리나라 주관, 금년 초 세계 경제대국 G10으로 불리 우는 리즈캐슬 회의 최초 참석 등에서 한껏 묻어 나오는 전 국세청장이 표방하고 있는 세계 초일류세정은 궁극적으로 미래인재 양성에서 비롯된다는 그의 남다른 의지천명이 이같은 표지석 제막으로 승화됐다.
미래인재양성이라는 전 국세청장의 인사관리시스템은 그 동안 큰 틀에서 관심 밖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던 6급이하 직원에게 이처럼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로써 전 국세청장은 99% 인사상의 혁신조치를 시스템화 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1%가 부족하다. 나머지 1%를 다 채워야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의미가 확고히 각인되는 것이다.
1% 부족, 화룡점정(畵龍點睛) 잊지 말아야
바로 나머지 1%는 ‘4급이상 고위 관리자의 인사일정의 구체화’를 말함이다. 사실 국세청에서 4급이상 고위 관리자는 여타 부처와 입장과 처지가 다르다. 이는 타 부처에선 찾아볼 수 없는 ‘명예퇴직제’가 엄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세청 명퇴제는 외형상 ‘후진(後進)을 위한 용퇴(스스로 물러남)’로 불문율처럼 확고히 뿌리내려져 있다. 이른 바 선배들이 후배를 위해 길을 터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길을 터준다는 보직은 대체적으로 ‘부이사관, 서기관 승진 TO’를 말함인데 이 제도는 일단 명퇴대상 연령이 되면 그 누구도 예외가 없이 적용돼 옷을 벗어야 한다. 사실 국세청의 명퇴제는 겉으로는 본인의 자의에 의해 퇴직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지만,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이 작용해 당사자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사전 준비도 없이 그것도 갑자기 퇴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사권자만큼 괴롭고 답답한 심정인 경우도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인사권자는 후배들을 승진시켜 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잃었던 각별한 보상을 받는다.
이에 비해 국세청 인생의 종착역인 명퇴대상 관리자는 마지막 근무보직을 종전까지 근무해 왔던 보직에 비해 보다 나은 보직, 명예로운 보직에서 마감하려 한다. 이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솔직히 올해 명퇴대상 연령인 ‘49년생은 물론 50년생까지’도 4급이상 고위 관리자급에 대한 전 국세청장의 향후 인사일정 구체화를 목말라 하고 있다.
49~50년생, 향후 인사일정 크게 궁금
전군표 국세청장이 취임한 이후 170여명에 가깝게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탁인사는 젊은 사람만 발탁한 것이 아니고, 노병(老兵)을 발탁(최근 3급 승진에서 49~50년생 3명 승진, 53년생 사무관 승진 등의 경우) 했는데도 세정가 안팎으로부터 ‘참신하고 세련된 인사’ 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인사 중에 백미(白眉)로 손꼽힌다. 이는 소위 후진을 위한 명퇴전통에도 잘 부합된다.
이처럼 전 국세청장의 ‘따뜻한 인사’는 말단 직원까지 곳곳에 배어있어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전 국세청장은 그 누구도 그 가능성을 예상치 못했던 종부세 신고납부(신고율 98.1%)를 성공했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기업의 대선자금에 대해 국세청이 사전 검증을 함으로써 기업투명성을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천명한 점도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가 향후 기업자금에 대해 한 획을 긋는 확고한 신념과 자신이 맡은 업무에 관한한 무한한 자신감(自信感)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4급이상 관리자 중 특히 명퇴를 앞둔 49~50년생 일반승진 출신은 올 들어 분위기가 남다르다. 상층부로부터 언제 명퇴하라는 특명(?)이 하달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참 일할 만한 나이에 이러한 일이 닥친다고 여간 답답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사실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한다.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이다. 이 답답함을 누가 해소해 줘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명확(明確)하다. 인사권자인 전 국세청장이 풀어줘야 한다.
언제 명퇴특명 하달될지 불안 증폭
현재 국세청에 49~50년생 4급이상 관리자가 적지 않다. 이들이 정든 국세청을 떠나고 나면, 한동안 명퇴자가 없어 적잖은 ‘공백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비가 오면 산사태가 난다. 토사가 와르르 밀려 도로가 유실되기 전에 이러한 예측 가능한 인사일정이 하루빨리 제시돼야 한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다.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오는 6월말 이후엔 관리자급 인사가 사실상 동결된다고 봐야 한다.
국세청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난 14일(수)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9급 신규직원 특강을 통해 참여정부가 끝나가는 마지막 해에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심정으로 미래의 국세청을 염려하며 ‘고뇌에 찬 발걸음을 희망의 발걸음’으로 옮겨놓은 전 국세청장. 이제 전 국세청장에게 4급 이상 고위관리자급에게 명퇴 등 향후 관리자급 인사에 대한 일정을 구체화 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러한 일정 구체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세청 본청과 서울청 고공단 국장급 가운데 일반승진 출신은 박찬욱 서울청장(49년. 경기)을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그러나 향후 박 서울청장이 명예로운 퇴임을 하게 되면 세정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누가 달래줄 것인가. 대리만족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솔직히 역대 고위 관리자 가운데 박 서울청장 처럼 ‘불꽃같은 인생’을 산사람은 드물다. 박 서울청장 같은 재원(인재)이 지속돼야 한다. 이를 지금 전 국세청장이 바로 잡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년에 2년을 앞두고 명퇴를 유도하는 현재의 관행에서 약 6개월 정도 사전 준비기간을 줘야한다. 그러니까 정년에 2년을 앞두고 곧바로 퇴직시키려 하지 말고, 1년 6개월로 해 6개월의 여유기간을 더 부여하자는 것이다.
명퇴, 정년 1년6개월 앞두고 유도해야
그러나 종전의 경우처럼 전 국세청장이 관리자급에 대한 인사일정을 구체화 하지 않고 그것도 갑자기 인사를 단행하게 되면, 다른 생각 없이 조직에 전념해야 할 관리자들이 딴 생각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인사일정에 대한 시기가 구체화돼야 한다. 그래야 잡념 없이 마음속에 퇴직준비를 하고 업무에 전념한다. 조직 대내외적으로 가장 짧은 기간에 신망을 받고 있는 전 국세청장이 이같은 스케줄을 발표해줘야 한다. 그래야 다른 준비를 안 한다. 열심히 일하는 것 역시 불문가지다.
모르긴 해도 내년 상반기내 퇴직자들은 1~2월에 벌써 제2의 인생설계를 끝마쳤을 것이다. 그런데 일정발표가 빨라지면, 제2의 인생설계를 하반기로 미룰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조직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금년 12월말엔 어차피 승진인사 등이 동결되고 공석이 생긴다. 따라서 올 연말에 명퇴시킬 관리자를 내년 6월말에 명퇴시키는 일정을 구체화 한다면, 내년초는 해피한 국세청 관리자급 인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작년 7월1일자로 고공단제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명퇴제의 의미가 퇴색됐다. 그러나 국세청만큼은 불문율처럼 관행과 문화가 돼 버린 후진을 위한 용퇴 전통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명퇴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만성적인 인사적체로 인사 때마다 인사권자가 골머리를 썩지 않은 적이 없다. “선배를 퇴진시켜 후배인 내가 승진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 때 뿐이더라, 퇴직 때가 되니 이 제도가 너무도 불합리함을 피부로 느꼈다. 제도적으로 확실한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전 세무서장 출신 某 세무사의 절규는 결코 남의 일로 들리지 않는다.
불합리한 명퇴제 이젠 개선할 때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리에도 맞지 않는 현행 국세청 명퇴제. 합리적인 조직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원증원을 무수히 시도해 봤으나 그 때마다 번번히 반대에 부딪혀 좌초하고 말았다. 전임 A 某 청장시절 국세공무원특별법을 제정하려 했으나, OO출신 관리자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어 국세청의 조직개편이나 인력증원은 사실상 난공불락이다.
그러나 명퇴제는 국세청장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9급 새내기 직원에게 까지 지대한 관심을 보여 미래인재양성을 천명한 전군표 국세청장이 향후 4급이상 관리자급에겐 ‘계륵(鷄肋)과도 같은 존재’인 명퇴제에 대한 향후 인사일정을 어떻게 전개할 지 세정가 관계자들은 이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