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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8.11. (월)

내국세

[창간기획 설문조사]국세행정 현주소와 신좌표-전문가진단

지속적 세정개혁을 위한 정책과제




현진권
(KIPF 연구위원)

'99.9월부터 시작한 국세청의 세정개혁은 개청이래 처음으로 개혁다운 개혁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세정개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해마다 추진해 왔었지만 개혁이라기보다는 단기적인 홍보위주의 가시용이 대부분이었다. 추진중인 세정개혁이 과거와 다른 점은 국세행정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실한 방향을 제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세청 내부의 고통, 혹은 비용을 기꺼이 치를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세정기본방향

국세행정의 기본방향은 신고납부제도의 정착이다. 우리 나라의 세정기반은 명목적으로 신고납부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부과제도로 운영됐다. '96년 소득세의 신고납부제도를 도입했다고 해서 과거 정부부과제도로 운영됐던 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었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물론 우리 나라 납세자의 납세의식 수준을 볼 때 충분히 공감이 되는 논리다. 그러나 조세행정이 나아갈 방향이 신고납부제도밖에 없다는 것은 모든 나라,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공통적으로 느끼는 정책방향이다. 이는 경제활동이 복잡해지고 행정비용이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방향이며 바람직한 것이다.

조세행정은 신고납부제도를 근간으로 납세자의 자발적인 납세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 조세행정력은 한계가 있으므로 납세자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수단은 세무조사의 활용이다. 세무공무원의 수를 늘릴 수는 없지만 세무조사 및 가산세 수준을 조절함으로써 납세자의 성실납부를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무조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관련 납세정보가 모두 축적돼야 한다. 즉, 정보와 세무조사라는 정책수단을 사용하여 선진세정의 체계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과거 납세자료 위주의 세정체계로는 절대 세정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자료체계는 세무공무원보다는 전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정보의 축적을 통해 저절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즉 세무조사 위주로 인적자원을 배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국세청의 개혁방향은 이처럼 신고납부제도의 정착을 위해 세무조사와 납세서비스 위주의 세정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부과제도의 수단인 지역담당제를 과감히 철폐했고 표준소득률도 폐지하였다. 또한 세목별 조직을 기능별 조직으로 개편해 세무행정의 효율성을 높였다.

◇추진과제

지금까지의 세정개혁 방향은 옳고 그 성과도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지속적인 개혁추진을 위해 강조하는 의미에서 향후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지금까지의 세정개혁은 위에서부터 밑으로 내려오는 개혁이었다. 전임 청장의 강한 지도력하에서 매우 효율적으로 추진돼온 개혁이었다. 그러나 개혁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일선 세무공무원들의 자발적인 개혁추진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 과거의 패러다임하에서 누려왔던 각종 기득권이 신고납부제도하에서는 더이상 이뤄질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많은 세무공무원의 퇴직현상이 일어났다. 물론 개개인의 결정이기 때문에 개혁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세무행정은 업무의 본질상 짧은 시간내에 전문가를 양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장기적으로 볼 때 세무행정의 전문성 축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일선 세무공무원이 느끼게 하고, 이러한 욕구가 국세행정 개혁의 주된 원동력이 돼야 한다. 즉 이제는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개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회복이다. 이는 어쩌면 우리 나라 조세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이기도 하다. 세무조사는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납세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므로 세무조사라는 정책수단이 정당하게 집행되고 평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 나라 납세자들의 세무조사에 대한 불신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 때부터 행해왔던 세무행정을 통해 축적된 결과이다. 그러므로 세정당국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어떻게 하면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가이다. 여기서 세무당국과 납세자들간에 정보의 괴리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세무당국입장에서는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세행정 개혁을 통해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 효과도 매우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무조사도 전산정보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세무조사를 투명하게 과학적으로 개혁하라고 주문하면 답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세무조사의 전 과정을 납세자들에게 모두 보여줄 수도 없는 정책수단의 한계가 있어 세무당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세무당국이 실제로 세무조사를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추진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세무당국이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믿음을 납세자들에게 어떻게 주는가 하는 것이다. 세무당국의 정책적 고민은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 납세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가에 집중돼야 한다. 막연하게 세무조사는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아무리 홍보해도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세무당국에서도 세무조사의 투명성과 과학성을 납세자들에게 믿게 할 무엇인가를 제시해야 한다.

세무조사에 대한 공개의 폭을 확대해야 한다. 세무조사후의 직업별·업종별 탈세규모와 추징액에 대한 통계자료를 매년 공개하고, 이와 아울러 세무조사의 모든 집행과정과 결과를 세무조사백서를 통해 매년 국민들에게 발표하도록 한다. 이러한 정보는 납세자들의 자발적 납세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며, 세무조사에 대한 납세자들의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외부시각이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개별납세자에 대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한발 앞서가는 세무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혁의 출발도 어렵지만, 지속적인 개혁은 그 이상으로 어려우므로, 세심한 전략과 일선 세무공무원들의 개혁에 대한 동참과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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