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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8.03. (일)

[시론]총조세부담과 일반 가구의 세부담 차이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2005년도 총 조세수입은 163조4천억원이다. 작년도 국내총생산이 806조6천억원이므로 조세부담률은 20.3%이다. 대략적으로 말해 100원을 생산해 20원을 각종 세금으로 부담했다고 할 수 있다.

총 조세수입을 총 인구수로 나누면 국민 1인당 평균 세부담액이 된다. 2005년도 추계인구는 4천829만명이다. 그러므로 작년도 1인당 조세부담액은 338만원이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 익년도 예산이 확정되는 연말이면 언론에서는 빠지지 않고 4인 가구를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세금부담액을 계산해 기사화한다. 2001년에는 1인당 평균세부담이 250만원을 초과했다. '4인가구 세부담 1천만원 시대'라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고 각종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같은 방법으로 4인 가구의 작년도 조세부담을 구해보면 1천350만원 수준이다. 4년 사이에 세부담이 30%이상 증가했다.

핵가족화 및 저출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가구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높다. 따라서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도 감소하는 추세이다. 2005년 현재 총 추계 가구수는 1천579만가구이다. 따라서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는 3.06인이다. 작년도의 1가구당 평균 조세부담액은 3.06인가구를 기준으로 해서 다시 환산해 보면 1천30만원 수준이다. 그러므로 가구당 평균 세부담이 1천만원을 초과하기 시작한 시점은 2001년이 아니라 2005년이다.

가구당 평균 세부담이 1천만원을 초과했는지의 여부가 국민적 관심을 얻게 되고, 각종 매체에서 이를 대서특필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첫번째 대답은 1천만원이라는 금액이 주는 '환상'에 의한 상징적 의미때문인 듯하다. 또한 대략의 환율을 1달러당 1천원 정도로 봤을 때 평균 세부담이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식의 설명도 가능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오해의 소지가 있다. 1가구당 조세부담 평균이 1천만원이라는 것이 반드시 가구가 세금의 형태로 직접 정부에 지불하는 지출액이 1천만원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조세수입은 소득세와 소비세, 재산세 등과 같이 국민들의 호주머니로부터 직접 정부로 이전되는 부분도 있지만 법인세와 법인이 부담하는 재산세 등과 같이 일반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 아닌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가구가 직접 지불한 세금총액은 총 조세수입을 가구 수로 나눠 산출한 가구당 평균 조세부담액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매체에서는 마치 일반 가계가 모든 세금을 직접 지불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함으로써 납세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라고 할 수 있는 허탈감을 느끼게끔 한다.

국민부담을 논함에 있어서는 비단 세금에 국한해 일방적으로 내기만 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세금의 경중(輕重)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부의 기능은 단순히 세금을 징수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각종 사회보장제도 등도 함께 운용하면서 소요재원을 징수하고 일정한 기준하에 수혜자를 선정해 혜택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에 의한 재분배 문제를 논함에 있어서는 세금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일반 국민들은 정부에 세금을 납부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도 함께 부담한다. 이와 반대로 정부로부터 국민연금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등 생활비나 보조금 등을 이전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최종단계에서 실제로 떠안는 국민부담을 논한다면, 수령한 것에서 지불한 것을 뺀 순계(純計) 개념의 부담을 논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실제의 국민부담은 공공부문으로부터 이전받는 이전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은 뺀 나머지로 볼 수 있다.

순계 개념의 국민부담은 계층별로 확연히 구분되는 분포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공부문으로부터 가계부문에 이전되는 소득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과 사회공적부조 등이 있다. 공적연금은 요율책정 기준이 재분배적 성격을 지니는 부분도 있지만 갹출금에 비례하는 부분도 있는 만큼 총체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를 선험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최근의 통계분석자료를 보면 다행히 공적연금도 하후상박형 구조를 지녀 정(+)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생활비 보조, 고용보험 등으로 이뤄진 사회공적부조는 지출구조 자체가 저소득층 위주로 돼 있어 소득재분배 효과가 상당히 크다. 소득세와 재산세,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사회보험료 등도 거의 대부분 부담분포가 누진적이다. 따라서 정(+)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진다.

그밖에 개인간에도 소득을 주고받는 부분이 있다. 개인간의 소득이전 규모는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커지지만 소득 대비 비율은 저소득층이 더 높다. 따라서 개인간 이전지출도 소득재분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전소득과 총체적 세부담 분포는 계층별로 확연히 구분된다. 필자가 통계청의 2005년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 본 결과 하위 50% 계층은 지불한 것보다 수령한 소득규모가 더 크다. 반대로 상위 50%의 소득계층은 받은 것보다 지불한 것이 더 많다. 소득재분배 구조가 계층별로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큰 차이를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부담 측면만을 고려해 가구당 평균부담이 1천만원을 초과했다는 식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계층별로 순부담이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지를 함께 봐야만 공공부문의 성과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란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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