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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7. (토)

내국세

장소(공원), 시간(10시30분) 제한하는 나라도…韓, 통신판매 외 주류규제 많지 않아

"판매업자 판매증진과 소비자 편익만을 보장할 문제 아냐"

"통신판매 허용 여부, 주류접근성 제한 위한 종합적 정책 패키지 일환"

 

알코올 중독 치료 2002~2013년 50%↑…의료비 1천200억→3천750억

음주 교통사고 OECD 국가 중 가장 높아(2016년)

 

한국이 OECD 회원국보다 주류(酒類) 규제가 약하다는 사실이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나아가 다른 상품과 달리 좀더 폭넓은 규제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세청의 의뢰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말 내놓은 ‘해외 각국의 주류 통신판매 현황 및 기타 규제사항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주류의 소비 및 판매와 관련한 규제가 매우 약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주류 통신판매 관련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술을 좀더 편리하게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국민건강을 고려해 더이상 규제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논란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주류 소비 관련 규제는 외국에 비해 빈약한 편이다. 외국처럼 청소년에게 술을 팔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고, 지자체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례로 일정한 장소를 금주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정도다. 이 또한 강제사항이 아니다.

 

더불어 일부분이지만 한국의 음주 폐해 실상도 드러났다. OECD는 여러 통계를 종합해 한국을 알코올 의존도가 비교적 높은 국가로 평가하고 있으며, 알코올 중독 장애로 의료적 치료를 받은 비율이 2002~2013년까지 50% 증가했고 같은 시기 의료비용도 1천200억원에서 3천750억원으로 3배 증가했다. 2016년 통계이지만,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불명예 기록도 갖고 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면, 한국은 주류의 판매장소·판매시간·판매지역에 대한 규제가 약한, 비교적 주류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된다.

 

외국은 어떨가?

 

우선 미국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주 정부별 법으로 이를 제재한다. 대부분의 주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며 주마다 판매시간이 다르다. 예를 들어 1998년 1월1일부터 주류판매점·식료품점·편의점 등 오프프레미스라 불리는 주류소매판매점에서 일요일에는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주정부에서 법률로 허가된 판매장소에서의 음주만을 허용하며, 이외의 장소 특히 공원·해변·공공휴양지 등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엄격히 금지한다. 거주지를 제외한 공공장소에서 주류를 사용 및 소비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곳(앨버타)도 있다. 판매장소 또한 대부분 주에서 주정부 산하 판매점을 운영하고 허가를 받은 민간사업자에게 판매권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례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주는 주정부 산하 ‘리쿼 컨트롤 커미션’에서 판매하고 일반적인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는 주류를 구입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음주 및 주류거래가 원칙적으로 18세를 기준으로 하지만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다르고,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도 일부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사안에 따라 경찰이 제지할 수도 있는 등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프랑스는 독특한 규제가 있다. 주류 중 일부는 길거리 판매 금지, 사업장내 협동조합에서의 판매방식 및 가격 제한, 경기장·스포츠 관련 판매제한과 같은 규제가 있다. 자동판매기 및 주유소에서의 판매도 금지된다. 또 ‘즉시 소비를 위한 판매’의 경우 의무적으로 일회용 음주측정기를 제공하거나, ‘반출을 위한 판매’의 경우 주류 진열대 근처에서 일회용 음주측정기를 판매해야 한다.

 

독일은 과도한 음주로 범죄 발생률이 높은 구역이나 특정장소에 주류를 판매 또는 소비할 수 없는(바이에른주) 거래관련 규제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는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심신미약자에게 주류를 판매·제공해서는 안되며, 이는 도·소매점을 포함한 상점·공공시설·일반음식점 등 모든 공공장소 및 상업시설에 적용된다. 지난 2021년 로마는 오후 10시 이후에 유리병에 담긴 주류 섭취를 금지하고 자정 이후에는 판매할 수 없게 했다.

 

노르웨이는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엄격히 금지한다. 거리·광장·도로·공원 등 기타 공공장소 뿐만 아니라 선박·비행기·기차·버스 등의 교통수단에서도 음주가 금지되며 레스토랑이나 바와 같이 판매허가가 이뤄진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또한 주류를 1·2·3그룹으로 나눠 판매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도 뒀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주류 독점 판매점인 빈부드는 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으며, 월요일~목요일 및 토요일은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금요일은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일본은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해수욕장·공원 등 시설관리를 위한 장소규제를 일부 시행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음주장소에 대한 금지규정은 없다. 또 일본 국세청은 장기적으로 모든 주류 자동판매기를 철폐할 계획이라고 한다.

 

싱가포르는 매일 오후 10시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주류의 소매 판매를 허용하지 않는 규제를, 호주는 대부분 주에서 보도·공원과 같은 공공장소를 음주 혹은 주류 휴대제한 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규제를 두고 있다. 호주의 경우 자정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퀸즐랜드), 자정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서호주) 주류 판매를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소매단계를 중심으로 비교해 보면 한국은 통신판매 외에는 제한사항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보고서는 세계 각국의 주류 규제와 비교할 때 한국의 통신판매 제한을 포함한 다양한 규제는 단순히 판매업자의 판매증진과 소비자의 편익증진적인 측면만을 보장할 문제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 주류는 국민건강 및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함에 따라 다른 상품과는 달리 폭넓은 규제가 필요한 상품이며, 제조업자·판매업자가 가지는 영업의 자유는 국민보건 및 주세보전을 통한 공익실현을 위해 비교적 폭넓게 규제할 수 있는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주류 통신판매의 허용 여부는 개별국가가 가지는 주류문화와 주류의 제조·판매·소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류접근성 제한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의 일환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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