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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8. (일)

관세

정부안이라고 내놓고선…기재부·관세청, 조세소위서 엇박자

기재부 "수정수입세금계산서 입법과정서 수차례 협의, 관세청장도 'OK'했다는 답 받아"

관세청 "협의 이후 현장직원들로부터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 있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참 부끄러운 일, 의원들께 송구스럽다" 사과

 

관세업계와 수입업계의 오랜 숙원인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원칙적으로 발행토록 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 기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욱이 이번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법안 심의 도중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간의 극심한 이견이 표출됨에 따라, 기관간 협의와 합의를 통해 마련된 정부 입법안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지난달 24일 열린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개정안 심의가 진행된 가운데,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번 개정안이 과세관청인 관세청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마련된 정부안임을 밝혔다.

 

김 차관은 “이번 법안 마련과정에서 기재부는 관세청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했다”며, “실무를 담당하는 관세청과 합의를 통해서 정부안을 마련했으며, 관세사회에서는 발급제한 완화를 위한 세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고 적어도 정부부처 내에서는 이견이 없음을 강조했다.

 

반면 과세관청을 대표해 조세소위에 참석한 주시경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은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한으로 성실신고도가 증가 중임을 강조하는 등 기재부와는 살짝 어긋난 스탠스를 취했다.

 

주시경 국장은 “지난 2013년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수정신고하는 금액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수정수입세금계산서가 미발급되는 것을 두려워해서, 미발급되는 불이익이 상당히 크다는 인식이 많이 퍼져서”라고 순기능을 강조했다.

 

개정안이 기재부와 관세청간에 협의와 합의를 통해 마련됐다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의 발언과 달리, 주시경 관세청 국장은 기존 법안의 장점을 설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이에 조세소위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불성실하게 신고했을 경우 (개정안대로라면) 오히려 세관당국이 대응하기 더 어려워지는게 아닌지?”를 물었으며, 임재현 세제실장은 “관세를 불성실하게 신고한 것에 대해 가산세를 신설하는 등 보완을 했다”고 해명했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제한은 부가세법 취지에 역행하기에 이를 완화하는 대신 관세법상 과태료와 가산세 부과 등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김용범 1차관과 임재현 세제실장의 적극적인 개정안 취지설명에 힘입어 조세소위 의원들의 입장 또한 정부안으로 서서히 돌아서,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은 “원칙없는 가중처벌을 함으로써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며, “그러나 이것은 굉장히 이상한 논리, 합리적이지 않다”고 개정안에 대한 지지발언에 나섰다.

 

정부안대로 흘러가던 조세소위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기재부와 관세청의 합의를 다시금 되묻는데서 비롯됐다.

 

기 의원은 “관세청하고 기재부가 꾸준히 노력하고 협의해서 타협안을 만들어 냈다고 이렇게 말씀 주셨지요?”라고 임재현 실장에게 물은 후 “관세청도 똑같은 생각이냐”고 되물었다.

 

기 의원은 “듣기로는 어렵게 제도로 정착됐는데 성실신고 기반을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고, 특정한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에게 특혜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며, “관세청은 조금 문제의식이 다른 것 같아서 완벽한 일치를 봤다 그렇게 얘기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즉시 말을 이어받은 임재현 세제실장은 “일단 관세청과 협의 내지는 합의가 됐느냐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제가 그렇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있다”고 반박한 뒤 “실제로 관세청 차장·국장 등과 수차례 협의를 했고, 분명히 관세청장도 오케이 했다는 답을 저희가 받았다”고 실무협의 과정을 공개했다.

 

임 세제실장은 더 나아가 “관세청에서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이 법안을 추진했다고 그러면 위원님이 지적한 것처럼 달게 받겠다”면서도, “관세청과 다 합의를 했고, 국무회의까지 거쳐 국회에 제출된 안에 대해 관세청이 조세소위 와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반면, 주시경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은 “협의과정에서 현행 방향이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는 상황이었다”며, “당시에는 일선현장과 충분히 토론을 거칠 시간이 없었으나, 이후 현장 직원들의 의견들이 (개정안이)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이다”고 여전히 해당 법안에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기재부와 관세청의 이같은 충돌에 조세소위 위원들로 불똥이 옮겨 붙는 촌극마저 발생했다.

 

임 실장으로부터 관세청이 3년 전에도 해당법안을 반대했다는 발언 직후, 유경준 의원(국민의힘)은 “그때도? 지금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숙 의원(국민의힘) 또한 “합의했는데 여기와서 (반대의견) 말했잖아요”라며 다시금 기재부와 관세청간의 충돌을 지적하자,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은 “합의했는데 (관세청이) 안지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법안심의 과정에서 정부부처간 의견충돌이 의원들로 옮겨붙자 결국 정부입법안을 제출했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의 사과로까지 이어졌다.

 

김 차관은 “관세청과 의견수렴 과정에서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이런 것을 기재부에 와서 얘기를 해야지, 그것을 놔두고 이렇게 기재위 논의과정에서...”라고 관세청 행태를 지적한 뒤 “이것은 저로서도 참 부끄러운 일이고, 의원들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조세소위 법안심의 과정에서 정부부처내 극심한 갈등만 고스란히 노출한 셈으로, 결국 이날 조세소위에선 법안 계류 쪽으로 흐름이 바뀐 뒤 지난달 30일 기재위 전체회의를 통해 현행유지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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