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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6. (화)

관세

관세·수입업계 숙원 수정수입세금계산서 확대 결국 '좌절'

올해 세법개정안서 원칙적 전면 허용 불구 조세소위 문턱 못 넘어

지난 정부 '증세없는 복지' 위해 포지티브 방식으로 2013년 도입

기재부·관세사회 "현행법 부가세법 취지에 역행·납세자 권익침해 심각”

관세청 "성실신고 담보하기에는 부족하다"

임재현 세제실장 "비정상 바로잡아야" 역설 불구 기재위 현행 유지키로 의결

 

관세사업계와 수입업계 등이 요구하고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으로 추진했던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사유 확대 법안이 결국 무산됐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제도는 현행 부가세법상 취지에 역행함에도 지난 정부 ‘증세없는 복지’와 ‘성실신고 유도’라는 취지를 반영해 지난 2013년 도입됐으며, 이후 수차례에 걸친 법안개정 노력에도 국회 문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부가세법 개정안 가운데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사유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의결했다.

 

수입세금계산서는 수입업자가 물품을 수입할 때 부가세를 세관에 납부하면 세관장이 수입업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후, 수입업자는 부가세를 신고할 때 발급받은 수입세금계산서를 제시해 수입단계에서 기존에 납부했던 부가세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쟁점이 된 수정수입세금계산서는 수입자가 수입물품에 대해 과세표준을 과오납한 경우 세관장이 이를 징수하거나 환급한 후 해당 금액만큼 수정하는 내용의 세금계산서다.

 

문제는 세관장이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경우 수입업자는 매입세액 공제시에 부족세액을 납부했음에도 이미 납부한 부족분 부가세는 환급받을 수 없게 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쟁점은 수입업자가 부가세 부족세액을 납부했음에도 세관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주지 않아 결국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 본질이다.

 

2018년과 2019년 한해 동안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 세액은 1천111억원으로 이 가운데 다국적기업이 658억원, 대기업이 271억원 등으로 전체 84%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시계를 뒤로 돌려 2013년 이전까지는 수입자가 탈세를 목적으로 과세표준을 낮춰서 신고한 것이 적발되더라도 세관장이 부가세를 추징한 경우 수정수입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그러나 ‘증세없는 복지’라는 지난 정부의 국정철학과, ‘수입업자의 성실신고 유도’라는 관세청의 정책목적이 합해져 지난 2013년에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제도가 시행됐으며, 해당 제도가 부가세법 도입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제소가 있었으나 2016년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관세사업계와 수입업계 등은 수입세금계산서 미발행 사유가 너무 광범위해 피해가 속출한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이같은 여론을 감안해 지난 2017년 ‘세관에서 추징하는 경우’, ‘추징할 것을 알고 수정신고하는 경우(수입자 착오·경미한 과실·무귀책증명은 제외)’ 외에는 발급을 허용하는 것으로 양보했다.

 

정부의 이같은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관세업계와 기업에서는 부족세액을 납부했음에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는 지금과 같은 포지티브 방식의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체계에 반대 목소리가 여전했으며, 결국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는 고의적 탈루의 증거만 없다면 원칙적으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을 전면 허용하는 등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처럼 관세업계와 기업이 제도 도입 당시부터 철회를 요청해 왔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또한 이번 세법 개정안 협의과정에서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올해 국회에서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 확대법안은 통과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막상 법안 심의 뚜껑을 연 결과,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계류됐으며, 기재위 전체회의에선 결국 현행유지키로 의결됨에 따라 관세업계와 수입업계는 물론 법안을 제출한 기재부에서도 적잖은 충격이다.

 

심지어 국회 기재위 전문위원실에서도 현행 제도는 수입자가 착오·경과실·귀책사유 없음을 입증하는 부담을 진다는 점에서 개정안에 따른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원칙적 발급은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달 24일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법안심리에 나섰던 조세소위가 열린 가운데,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번 개정안이 납세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배석한 임재현 세제실장은 “외국에도 부가세를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사례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해당 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왔음을 인정했다.

 

임재현 세제실장은 또한 “이 제도가 출범할 당시에 증세없는 복지를 확보하는 방안으로서,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으로 추진됐으나 지하경제 양성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비정상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정부안이 나온 것으로 이해를 해달라”고 말했다.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발급이 확대될 경우 또 다른 정책유인 목적인 성실신고가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날 조세소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무역거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고 불성실하게 신고했을 경우 오히려 세관당국이 대응하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으며, 양향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불성실 다국적기업에게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성실신고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재현 세제실장은 “그래서 불성실하게 신고한 것에 대해 관세법에서 무신고, 무관세물품에 대한 가산세 신설과 다국적기업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를 더 강화하는 보완입법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창언 한국관세사회장 또한 수정수입세금계산서의 확대가 절실함을 강조해 “무엇보다 부족세액 발생시 벌금과 가산세 부담에 이어 매입세액 불공제라는 이중처벌이 발생한다”며, 수정수입세금계산서 미발급은 현행 부가세 도입취지에 역행함을 강조했다.

 

윤희숙 의원(국민의힘)은 “세수가 줄거나 늘 것이냐?, 탈루가 늘거나 줄 것이냐가 제 1기준이 돼서는 안된다”며, “입증책임을 누가 지느냐, 개인의 재산권을 얼마나 심하게 제한하느냐? 이런 문제가 더 상위의 문제”라고 정부안을 지지했다.

 

그럼에도 이날 조세소위에선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법안이 보류된 데는 실무기관인 관세청의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조세소위에 출석한 주시경 관세청 심사정책국장은 개정법안 마련시 기재부와 관세청이 충분히 협의했다는 김용범 1차관의 발언과 달리 “일선 현장과 충분한 토론을 가질 시간이 없었기에 이후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으며, 더 나아가 “성실신고를 담보하기에는 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고 엇박자를 냈다.

 

관세청의 이같은 완강한 반대와 조세소위에 참석했던 소수 의원들이 관세청 의견에 동조함에 따라, 결국 개정법안은 조세소위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계류됐으며, 지난달 30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수입계산서 발급사유를 현행 유지키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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