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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납세와 징세의 간극을 메꾸는 ‘역지사지’

지금 일선 세무서는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 소리, 신고를 위해 밀려드는 민원인과 늘어선 차량행렬 등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세청이 사상 초유의 업무대란을 맞은 가운데 국세행정의 말단에서 묵묵히 민원 고지를 사수하고 있는 일선 세무서 직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종합소득세 신고, 근로장려 및 자녀장려금 신청, 연말정산 재정산 업무 등으로 한국 경제활동인구(2,670만명)의 절반이 넘는 약 1,500만명 가량이 대상자에 해당하는 만큼 국세청은 이미 비상체제다.

 

국세청이 세미래 콜센터 운영 등 상담업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납세자 및 세무대리인들의 홈택스 가입 문의 등 폭주하는 전화와 평소보다 1.5배 많은 내방 민원인들로 인해 일선 세무서는 난리북새통이다.

 

최근 대구지방국세청 산하 A세무서. 정문 앞 도로는 늘어선 차량들로 혼잡을 이루고 민원실을 비롯한 사무실은 폭주하는 전화응대로 진땀을 빼고 있다.

 

개인납세과 某 과장은 “그나마 입지환경이 타 세무서보다 나은 편이지만, 단순 응대에서 항의성 전화까지 하루종일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지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토로했다.

 

다른 세무서 민원봉사업무를 보고 있는 한 직원은 “홈택스 가입 문의 등 폭주하는 전화응대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국세청을 비롯해 산하 세무서가 납세자를 위한 눈높이 세무행정 제공에 팔을 걷어 붙이고 이전의 고압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서비스기관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세금 징수과정에서 항시 발생하는 ‘트러블’과 ‘긴장모드’는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다.

 

모든 직원이 투입돼 민원업무에 매달려 성실하게 응하고 있지만 일부 내방객의 욕설, 막무가내식 생떼와 막말에는 속수무책이다. 심지어 전화를 제 때 받지 못한 여직원이 민원인의 집까지 찾아가 사과하는 곤욕을 치른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다수 세무공무원들은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지만, 거침없는 민원인의 횡포에 심적 타격을 입은 일부 직원들은 자괴감에 아파하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원, 승무원, 전화상담원 등 직접 고객을 대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감정노동자’라고 일컫지만 일부 공무원들도 악성 민원인들의 폭언과 폭력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 감정노동의 또 다른 희생자인 셈이다. 

 

징세와 납세는 동전의 양면이자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결코 분리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선뜻 메꾸기 힘든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지만 배려의 눈높이로 다가간다면 소통과 공감의 공통분모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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