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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4. (금)

'租稅法令 새로 쓰기' 작업을 환영한다

김면규 세무사

 정부(기획재정부)'조세법령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세에 관한 법령을 새로 쓰기로 작정한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해 마지 않는다. 새로 쓴다고 함은 법령을 제정하는 것과 다름없이 거의 전부를 손질해 다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 필자 또한 그 개혁의 성공을 기원한다. 이러한 작업은 벌써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했다. 그동안 조세와 관련해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현행 조세법령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그로 인한 애로를 호소하고 그 개선을 기다려 왔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행 조세법령을 혹평해 "그것이 법이냐?" 또는 "법이라면 누더기법이다"라고까지 비난을 퍼부은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깊은 사정을 알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옹색한 연유들도 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나라가 처하고 있는 조세문화의 한 단면이다. 그 첫째 이유를 든다면 '' '법질서' '법의식' '법철학'과 같은 조세법의 기본적 주춧돌을 놓지 못한 상태에서 법 형식에 치우쳐 이를 만들고 고치고 해석하는 작업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누더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둘째로는 너무 잦은 개정이 빚어낸 현상이다. 일년에도 몇차례씩 수십개 수백개의 조항을 고치다 보면 그 원형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앞뒤 좌우가 서로 모순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필자도 그 까닭을 알아본 적이 있다. 법령을 기안하고 집행하는 기관 스스로 잘못을 찾고 개선하려는 측면도 있으나 조세법령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수많은 납세자, 단체, 정부의 각 부처에서 개정을 요구해 온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정치적 작용, 조직구성원의 욕구, 일반 납세자의 희망 등이 한번에 분출돼 나타나기 때문에 법령의 합리적 손질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1980년에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조세법령의 전반적 손질을 계획하고 '조세법령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개선 작업에 착수한 바 있었고 필자 또한 그 위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대통령은 "조세법이 너무 어려워 납세자가 불편을 느끼고 있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사람이면 읽어서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지시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 작업은 중도에 하차하고 말았다. 문제는 쉽게 풀이한다고 용어를 고치면 또 그 새로운 용어에 대한 개념을 풀이해 줘야 하니 문장의 정리가 어렵게 되고 문장 정리가 잘 안되면 실정법령으로서의 실효성을 갖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개념(槪念)이란 개개의 사물로부터 비본질적인 것은 버리고 본질적인 것만을 추출해 내는 사유(思惟)의 한 형식이기 때문에 그 사유의 형식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에 걸쳐 반복적인 운동으로 다수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현상이므로 그 설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우선 현행 국세기본법이 일반적으로는 민주적인 제도와 법리적으로 합당한 제도를 상당히 수용하고 있으므로 조금 더 손질을 한 다음 각 세법이 국세기본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다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국세부과의 원칙이나 세법적용의 원칙 같은 대목은 선진국 세제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실정 규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조세법의 기본질서를 형성하는 이러한 대목의 규정보다 세법의 규정이 우선하도록 하는 예외규정(기본법 제31항 단서)을 두고 각 세법의 여기저기를 고침으로써 기본법의 규정이 사문화(死文化)해 기본법령으로서의 효력을 상실해 버리는 현상을 오랫동안 방치해 세법질서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본 난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이러한 대목들을 지적하고 그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199161일의 '법리에 합당한 세제를--', 200728일의 '실질과세원칙이 지켜지는--' 등의 개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개혁 작업은 세법 조문을 명확하고 알기 쉽게 만들어 납세자들의 성실납세를 유도하고 조세분쟁이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표를 뒀다고 하니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그 방대한 작업을 금년말까지 끝내겠다고 하는 데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법령을 만들고 고치는 일은 물건을 잘 다루는 달인(達人)이 하는 일과는 그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민법 등 다른 법률을 손질할 때는 여러 해를 거쳐서 여러 번의 공청회 등 여론을 듣고 손을 대는 것 아닌가? 짧은 시간에 성과를 거두려고 서두르다간 1980년의 실패를 또 저지를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번 개혁을 통해 선진세제로 다가서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 업적은 크게 빛날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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