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가 좋다고 하는데, 갑작스런 무역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FTA를 정부 차원에서 주도한 만큼 기업 지원 또한 적극적으로 해달라."
세계 GDP의 53%를 차지하는 EU 및 미국과의 FTA 발효를 코 앞에 두고 있으나, 정작 국내 수출입기업들이 생각하는 FTA 활용 체감도는 크게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무역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75%가 FTA 활용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연내 발효 예정인 한·EU FTA의 경우 국내 1만여개 수출기업이 인증수출자로 반드시 지정돼야 하나, 금년 6월까지 인증수출자 지정을 신청한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의 세계경쟁력을 제고하고 국가 부 창출을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해 온 FTA협정이 자칫 이용자인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
이와 관련, 관세학계 某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충분한 FTA 경험을 가진데 비해, 우리나라는 FTA 역사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며 "거대경제권과의 조약 체결에 급급한 나머지 국내 사정을 미처 돌아보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또한 이같은 현상에 적잖이 당혹한 모습이다.
지난달 19일 재정부·외통부·농림부·지경부·관세청 등 무역관련 정부부처가 총동원돼 국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FTA 활용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더 나아가 윤영선 관세청장은 최근 수출기업 CEO들에게 서한을 보내, CEO 직속 FTA대책팀을 설치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후진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상황이 한국에서 다시금 재연된 듯해 아이러니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럼에도 대외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실정을 감안할 경우 수출입기업들 또한 FTA를 더이상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스스로 내딛지 않은 발걸음이라도, 이왕 가야할 길이라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한걸음이라도 앞서 나가는 도전정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