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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5. (토)

재정적자의 규모와 국가재정전략

朴釘洙 교수(이화여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33.8%를 기록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 35.6%보다 1.8%포인트나 낮은 수치이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당초 전망치 5.0%보다 크게 개선된 4.1%를 기록해 재정당국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주요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재정적자로 신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상보다 나은 살림 운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G20 국가들의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적자 비율 평균은 각각 75.1%, 7.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양호한 경제성적표는 정부의 선제적 대응에 힘입은 하반기 경기회복에 따라 국고채 발행이 2조원 감소했고 외평채 발행이 5조3천억원 축소돼 국가채무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은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나라 살림의 결과 남은 돈 중 1조4천억원을 국가채무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세계잉여금은 세입이 예상보다 더 걷히거나 세출이 예상보다 적게 이뤄진 잉여금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하는 국가재정법의 제정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해의 실적이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판단이다. 오는 5월8일에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며 재정당국에서는 최근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를 감안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운용전략 수립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설정했는 바 적절한 방향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재정에 대한 평가는 국내외 온도차가 상당히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은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와 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이유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OECD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30개 회원국 중 호주, 룩셈부르크, 뉴질랜드에 이어 4번째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세입기반 확충 노력을 지속해 재정건전성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 상승속도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향후 세입기반 확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이미 미국(20.3%), 일본(18.0%)을 넘어섰으며 독일(23.1%)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조세부담에 사회보장 부담을 더한 국민부담률(2007년 기준 26.5%)은 미국 및 일본(각각 28.3%)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의 절대수준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회원국 대부분이 복지형 유럽국가임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 이명박정부가 감세정책을 써서 부담률 증가가 주춤하기는 했으나 추세적으로 조세부담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부담마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 국민들의 소비 부진, 경제성장률 둔화,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복지지출 급증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의 천안함 사태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통일비용 마저 감안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세출 구조조정이 해답이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남발하거나 각종 선심성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정치 논리에 따라 쏟아내지 못하도록 국민들이 눈을 크게 뜨고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채무가 공기업 중에서 국가사업을 대행하는 정책사업으로 인한 부채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우리의 경계심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가장 어렵고도 힘든 일이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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