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liance’의 우리말 번역은?
국세청이 지난해 8월 한국조세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청 이래 처음으로 납세협력비용을 측정해 발표한 이후, 세무사계에서는 과세관청이 내린 ‘납세협력비용’의 개념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용어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지난 18일 (사)한국조세연구회 주최로 열린 조세포럼에서도 납세협력비용의 개념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국세청이 지난해 8월29일 발표한 자료에서는 ‘납세협력비용’을 ‘Tax Compliance Costs’로 표현하고 있다.
국세청이 내린 납세협력비용의 개념은 ‘증빙수수 및 보관, 장부작성, 신고서 작성·제출, 세무조사 등 세금을 신고·납부하는 과정에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경제적·시간적 제반비용’이다.
국세청은 이러한 과정에서 ‘협력’을 ‘Compliance’로 표현했다. 사전(辭典)에는 ‘Compliance’를 ‘(법, 명령 등의)준수 또는 (명령 등에)따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률이나 규칙을 지킨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런데 국세청은 ‘Compliance’를 ‘협력’으로 해석했다.
사전에 의하면 ‘협력’을 의미하는 영어식 표현은 ‘cooperation’이다. ‘cooperation’은 ‘협력, 합동, 협동, 협조’를 의미한다.
따라서 ‘Tax Compliance Costs’는 ‘납세협력비용’보다는 ‘납세이행비용’으로 표기해야 하고, ‘납세협력비용’은 ‘Tax cooperation Costs’로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우택 한양대 교수는 “납세자의 협력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라면 납세협력비라는 용어는 잘못된 것이다. 분명 납세자는 납세협력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마치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사실상 부담을 시킨다면 이때의 납세협력비라는 용어는 분명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납세자 입장에서 부담하는 납세비용을 ‘납세이행비’와 ‘납세협력비’로 구분했다.
이 교수는 “납세이행비용(Tax Compliance Costs)이란 납세자가 자기 세금납부의무를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말한다. 납세자는 자기의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무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때 회계장부기록, 세무조정계산서작성, 세무자문비, 세무쟁송대리비 등 다양한 비용을 부담하는데 결국 이같은 납세비용은 자기를 위한 비용인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한 ‘납세협력비용’을 ‘Tax cooperation Costs’로 표기하며 “납세자가 타인의 세금납부가 성실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과세관청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비용”으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납세의무와 관련된 자료로서, 지급조서 제출 혹은 원천징수납부 등과 관련한 비용이 납세협력비용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납세자 자신의 세금납부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데도 과세관청이 세무행정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납세자에게 필수적인 업무 이외의 업무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EITC 자료 제출, 일용근로자자료제출, 사업용계좌사용, 수입금액명세서제출, 전자세금계산서교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러한 부수적인 업무 수행에 따른 비용도 모두 납세협력비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교수는 “정부부과과세제도 하에서 납세자가 부담했던 납세협력비는 자진신고납세제도가 시행되면서 납세자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필수적 비용으로 전환된다”면서 “납세협력비가 아닌 납세이행비로 그 성격이 바뀌는 것이므로, 자기의 납세의무를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납세이행비를 제외한 순수한 납세협력비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