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정식 국장급으로 진입하는 고공단 국장급 등용문인 이른 바 ‘역량평가’가 시험 당사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부이사관 과장급은 반드시 역량평가를 통과해야만 고공단 국장급으로 직위승진을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평가에서 탈락될 경우 단 한 번의 재시험(1회 탈락 경우 6개월 동안 재시험 금지)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등 고공단 역량평가 제도가 국장급으로의 직위승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7월 1일 본격 시행한 역량평가에서 최근까지 무려 42명이나 낙방의 고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나 역량평가를 쉽게 봤다간 큰 코를 다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1회 탈락 경우, 6개월간 재시험 금지
이는 결국 중앙부처 과장급 10명 중 1명꼴로 고위공무원단 진입시험인 역량평가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중앙인사위원회(위원장 권오룡)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제도 시행 이후 올 3월 말까지 10개월 간 64회에 걸쳐 총 382명의 정부부처 과장급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실시한 결과 11%(42명)가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2명은 종합평균 5점 만점의 평가에서 ‘미흡(2.5~1.5점) 등급’을 받아 고위공무원단 진입자격확보 기회를 나중으로 미루게 됐다.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 중에는 개방형 직위에 지원한 민간 출신 및 7급 공채 출신이 각각 28.6%(12명)로 가장 많았지만, 5급 고시 출신도 11.9%(5명)에 달했다. 9급 공채 출신은 14.2%(6명), 특채 등 기타가 16.7%(7명)이었다고 인사위는 밝혔다.
학력별로는 대졸이 33.3%(14명)로 가장 많았고 석사 31%(13명), 박사 26.2%(11명), 고졸 이하 9.5%(4명) 순이었다.
낙방자, 민간-7급 공채출신 12명 가장 많아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공무원에게는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두 번 연속해서 통과하지 못하면 6개월 간 응시가 제한된다. 따라서 고위공무원 승진을 목전에 둔 각 부처의 핵심 과장급 공무원들에겐 역량평가의 결과 자체가 향후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세청의 경우 지난해 역량평가에서 P모, L모 과장이 낙방의 고배를 마셔 본인 자신은 물론 세정가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바 있다.
특히 역량평가는 시험 하루 전날, 그것도 시험 당사자 본인에게만 통보하는데다 시험문제는 철저히 보안에 붙여진다.
시험문제는 매 번 수험생별로 각기 다르다. 시험은 이른 바 국장이 됐다는 가정 하에 질문(인터뷰)을 하는 기자를 설정, 여러 가지 인터뷰를 하게 되며, 시험은 하루 약 6시간에 걸쳐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량평가를 통과한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역량평가를 통과하고 나서야 심적인 고통과 부담을 떨쳐낼 수 있었다”면서 “평소 세무행정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분야에 대해 국장으로써 이를 해결해 나갈 역량이 있는 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해 역량평가가 결코 만만한 시험이 아님을 이같이 술회했다.
국세청도 지난해 2명 낙방고배 마셔
중앙인사위는 역량평가를 치른 대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제도의 공정성이나 적절성 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인사위는 평가과제의 난이도를 묻는 질문에는 평가과제 및 방식이 낯선 데다 시간 부족 등으로 다소 어렵다는 대답이 46.6%로 적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공정성(긍정 90.2%), 평가운영의 적절성(긍정 93.9%), 평가과제의 타당성(긍정 82.8%), 현실상황과의 일치도(긍정 78.5%) 등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고 밝혔다.
역량평가는 고위공무원단제도와 함께 신설된 절차로 고위공무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공통적인 9가지 역량을 주어진 모의상황 하에서 6가지의 평가기법을 통해 복수의 평가위원이 측정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측정역량은=의사소통, 고객지향, 비전제시, 조정통합, 전문가의식, 혁신주도, 결과지향, 문제인식 및 이해, 전략적사고(총 9개) 등이다.
▶평가방법은=역할연기(1:1, 1:2), 발표, 인터뷰, 서류함기법, 집단토론 등이다.
이 때 매회 평가를 받는 사람은 6명이지만 평가위원은 매회 7명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사람보다 많다.
시험문제 철통보안, 매 번 문제 바꿔
다수의 평가자들은 각기 다른 기법의 평가방법을 적용할 뿐 아니라 대상자의 특정한 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평가 기법을 교차 사용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대상자의 통과여부는 최종적으로는 평가위원 전체가 참여하는 평가자회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한편 중앙인사위원회는 능력과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받은 사람만이 국가의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무원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 역량평가의 취지라며 제도운영 실적이 쌓이면서 우리 공직사회에 능력과 경쟁 중심의 인사가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