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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25. (금)

[세평단상]創業難 뒤의 守成難




지형길 편집국장
chg@taxtimes.co.kr

◆…당서(唐書)에 `이창업난수성(易創業難守成)'이란 구절이 있다. 일을 시작하기는 쉬우나 이룬 것을 지키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당나라 태종이 어느날 원로공신들이 모인 자리에서 창업과 수성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를 물었다. 그러자 혹자는 창업을, 또다른 이는 수성을 제각각의 논리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공신들의 주장을 들은 태종은 이렇게 말했다.
“방공(房公)은 짐과 더불어 천하를 얻고,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났소. 그래서 창업이 어렵다고 말한 것이오. 그리고 위공(魏公)은 짐과 함께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위해 항상 부귀에서 싹트는 교만하고 사치함과 방심에서 오는 화란(禍亂)을 두려워하고 있소. 그래서 수성이 어렵다고 말한 것이오. 그러나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끝났소. 그래서 짐은 앞으로 제공(諸公)과 함께 수성에 힘쓸까 하오.”

◆…국세행정 개혁은 지난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공공부문 개혁 가운데 보기드문 성공적인 사례로 꼽혔다. 정도세정을 선언하면서 종전 비리발생의 원천으로 지적돼 왔던 지역담당제를 폐지해 세무공무원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한편, 납세자 권익 우선의 납세자보호담당관제 시행 등으로 세금징수기관이 변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성공적 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게다가 조세정의에는 성역이 없다고 선언하면서 중앙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자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금상첨화격으로 일부 이론은 있지만 신용카드영수증복권제 실시와 음성탈루소득 과세강화 등의 강력한 공평과세책의 집행으로 연이어 세수목표를 초과달성하기도 했다. 이같은 가시적 성과들은 세정개혁에 따른 산출물이고 `이미지 업'을 위한 정도세정 효과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어찌보면 국세청으로서는 `정도세정'이란 `창업'을 하고서 성세(盛世)를 자랑하던 `정관의 치(貞觀之治)시대'처럼 보였다.

◆…그러나 국세청과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지금 한껏 기대하던 성세 분위기가 최근 접어들면서 빛바래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들의 대량 감원사태와 경기전망에 대한 불투명으로 당장의 연말 세수 달성에 노심초사해야 할 상황인 데다 내년 세수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필연성 때문이다. 새 국세청장이 취임하고 이에 따른 후속 인사가 잇달아 시행되고 있으나 국세청 안팎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로 그리 간단치 않은 것으로 회자(膾炙)되고 있다. 또 세무행정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불거질 때면 그리 곱지않게 보는 언론이나 세간의 시선들은 세정가 분위기를 더더욱 위축되게 하는 듯 보여진다. 또한 세정가 일각에서 `차라리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는 게 더 낫다'고 언급하는 상황 대처인식관은 자칫 정도세정과 조세정의 구현 의지를 염려케 할 정도로 비쳐질 수도 있다. 정관지치의 성세를 구가했던 `정도세정'이 3년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을 되짚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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