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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25. (일)

내국세

(58)'관료가 바뀌어야 나라가 바로선다'

허명환 著(前행정자치부 서기관)

-연속 상영-
한 나라에 신년은 몇 번 오는가?

 

미국에서 TV는 유선방송을 주로 보게 되는데 채널이 한 60개쯤 되었다. 별의별 방송도 다 있어 심지어는 어느 채널에서 뭘 보여 주는지만 24시간 방송하는 채널도 있다.

 

우리 같으면 한번 방송되어 버리면 기껏 주말에 재방송할 때에나 볼 수 있을 프로그램을 거기에서는 연달아 방송하는 것이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저녁 7시에 영화 시작해서 9시에 끝나면 다시 9시부터 그 영화를 그대로 또 보여준다. 참 실없는 사람들 같았다.

 

어떤 때는 볼만한 좋은 영화를 밤 12시에 시작해서 새벽 2시 넘게까지 하니 “이건 또 무슨 경우람”하고 툴툴 거리면서 시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도에서 태어나 살다 건너간 사람이 되어서 그런지 한참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그것은 시간차(time lag)였다.

 

내가 살던 곳은 뉴욕(New York)주라 미국 동부시간(eastern time, ET)을 사용한다. 뉴욕시나 워싱턴 디시(Washington D.C.) 등 동부의 걸찍한 도시들이 모두 이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점차 서쪽으로 갈수록 중부시간(CT,central time), 산악시간(MT, mountain time), 서부시간(PT, pacific time)이 있어 미국본토에서만 4시간대로 구분된다.

 

동부시간 저녁 9시는 서부시간으로는 저녁 6시가 되는 것이다. 알레스카 시간(Alaskan time), 하와이 시간(Hawaian time)까지 하면 시차는 더 길어진다.

 

시차로 인한 웃기는 사례로서는 12월 31일에서 다음 해 1월 1 일로 넘어갈 때 미국인들은 샴페인을 터뜨리고 신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하는데, 우리 같으면 한번 하면 땡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동부시간대를 기준으로 볼 때 동부에서 한번 축하한 후 그 1 시간 후에 중부시간대에서 "와 하고 축하하고, 또 1시간 뒤에 산악시간대 사람들이 “와~” 또 하고, 또 1시간 뒤에 LA쪽

 

에 있는 사람들이 또 “와 ~”하고 신년을 죽하한다.

 

도대체 한 나라내에서 신년이 몇 번 오는 것이야???

 

뉴욕주에서 서부 LA에 전화하려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어떤 때는 출근시간 전이고 어떤 때는 퇴근시간 후고 해서,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전화연결조차 쉽지 않게 되는 것이다.

 

꼭두새벽에 남의 잠 다 깨워 놓고는 태연히 "안녕하세요?”하고 전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식(?)해서 본의 아니게 실례를 하는 것이다.

 

자동차로 서쪽으로 여행하면 시간대를 지날 때마다 1시간씩을 벌게 되어 유리하다. 그러나 다시 동쪽으로 향하면 1시간씩 까먹게 되어 불리하게 된다.

 

같은 시간대라도 동쪽 끝 지역과 서쪽 끝 지역에서의 체감시간이 달라진다. 대개 시간에 맞추어 저녁을 먹기에 저녁을 먹고 나서 보면, 어떤 지역에서는 아직 훤하게 밝은 곳이 있고 어떤 지역에서는 설거지하기도 바쁜데도 있게 되는 것이다.

 

독도나 백령도나 똑같은 시간대를 쓰는 우리들에게는 같은 나라에서도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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