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깎이 팔이-
국가운영 방향키와 시장원리

IMF 이전이라도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 찾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대부분 중국이나 후발개도국 제품들이 판치고 있었던 것이다.

IMF 이후 무역수지가 흑자라고 신나게 보도하는 걸 보고 실소를 머금은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제대로 수출이 안되는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고 온 국민이 둥둥 떠다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예컨대 손톱깎이 한개를 800원에 팔면 수지가 맞는다고 하자. 환율이 그 수준이었을 때에는 1달러에 팔면 족했다. 그런데 어느날 IMF로 통칭되는 외환위기가 들이닥친 것이다.

웬 걸? 손톱깎이 하나에 1달러 받아왔는데 환율이 올라 이제는 하나 팔면 최소 1200원의 수입이 되니 신날 노릇이다. 달러를 그냥 들고 있다가 환율이 1800원, 1900원할 때 바꾸면 우수리로 더 수입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1달러에도 잘 안팔렸다는 사실이다. 부가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순전히 가격 싼 맛에 팔리는 물건이 손톱깎이인데 더 싸게 나오는 다른 나라 제품에 밀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이제 한개를 50센트까지 낮춰 팔아도 남는다. 가격을 낮추니까 전보다 더 잘 팔리게 마련. IMF라 허리띠 졸라 매라는것이 뭔말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가격을 낮춰 수출하는 것은 나중에 독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여튼 IMF구제금융 받는 나라들이 곧바로 무역수지 흑자를 보이는 것은 이런 연유로 인한 공통적인 현상일 뿐인 것이다. 바로 밀어내기식 수출이다.

그러나 이제 환율이 오르니 유가도 오르고 수입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모든 물건 가격이 오르게 된다. 아무리 국산부품만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공장이라 하더라도 환율로 인한 유가 인상은 전기 값 인상, 생필품 값 인상 등으로 영향을 받게 되니 예외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손톱깎이 하나를 800원에 팔면 적자가 된다. 기존의 생산 효율을 유지한 채 수지를 맞출려면 가격을 한참을 올려야할 게다.

그러나 IMF시대에 운위되고 있는 시장원리나 구조조정은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건 단지 외환 위기의 부산물일 뿐이다.

진정한 구조조정이란 손톱깎이 하나에 800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에 달린 것이다.

평생직장이라는 이유로 일년에 한두번 처리하는 업무 때문에 그 직원한테 열두 달 주는 봉급, 회사 물품 사용할 때 드는 비용, 외국보다 비싼 금리에다 은행 접대관계 등등에 드는 높은 금융 비용, 창업이 지연되는 만큼 매일 매일 들어가는 창업 비용이나 행정 관청에 서류관계로 들락날락하면서 들어가는 행정 비용, 정치 잘하게 해주십사 해서 제공하는 정치 기탁금 등 정치 비용, 유관기관 협조비 등등이런 저런 비용들을 합리적으로 정비한다면 800원보다 훨씬 싸게 받아도 수지가 맞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수출경쟁력을 되살려 보자는 것이다. 최소 비용으로 손톱깎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 운영과정이 효율화되어야 할 것인데, 이건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시장원리를 도입해 주면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경쟁하게 되고 결국에는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논리이다.

고용조정 관계법에 의거하여 중복 인력을 정리하여야 하고, 부실금용기관 도태 등 금융구조조정으로 금리 비용을 낮추게 해야하고, 정부 규제를 없애야 하고, 그리고 정치 개혁도 해야 하고…

돈이 수익을 보고 쫓아 다녀야지 깃털이니 몸통이니로부터의 전화에 따라 움직이지 않게 하자는 것이다. 중복 투자라도 몸통이 받쳐주니 대출하는 것이 아니라, 중복 투자시 예상되는 수익률을 보니 대출해봤자 본전 못 건지겠다 싶으면 'Sorry, Sir !’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아울러 손톱깎이를 싸게 만들어 파는 방식으로는 아무래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으니까, 뭔가 부가가치가 높은 부분을 개발하여 새로운 수출 전략으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을지, 그 과제들이랑 개혁방향들이 줄줄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왜 IMF가 끝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문제는 기존의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인데 기득권을 놓치는 이들도 유권자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들에게서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표한테 약하기 때문이다. 혜택을 박탈당한 자들의 의사표현이 무수히 나오고 정치인들은 선거에 대비하여 이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겠고, 시장원리와 정치의 상관관계는 이러하다.

국가운영의 방향키를 가진 자들은 어느 길이 국익을 위한 길이고 시장원리란 무엇이고 왜 시장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를 체득해야 한다.

IMF나 미국인들은 시리도록 냉정하게 시장원리, 경쟁원리에 입각해서 우리의 개혁이라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