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사업자가 한 건물내에서 정육판매점과 식당을 운영하더라도 이는 각각의 사업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최근 내려졌다.
춘천지방법원(부장판사·박상구)은 1층 정육매장에서 판매한 정육 가운데 소비자가 2층 식당에서 조리해 먹은 정육을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부가세를 부과한 영월세무서의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최근 내렸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12조(면세규정)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및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식용에 공하지 아니하는 농산물·축산물·수산물과 임산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에 한해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다.
세법대로라면,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육류의 경우 부가세가 면제되는 반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고기에 대해서는 재화의 공급으로 보아 부가세가 과세된다.
흔히 정육식당으로 잘 알려진 이 업태는 정육을 판매한 후 타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동일 건물내에서 해당 정육을 먹을 수 있도록 별도의 부재료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각각의 사업자가 정육판매점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면 정육판매분에 대해서는 면세가 확실하나, 동일 사업자가 한 건물내에서 두 업종을 운영하고 있다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다.
이와관련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 2009년 관할내 정육식당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별도의 사업자(가족관계는 제외)를 제외한 동일 사업자가 정육판매점과 식당을 운영한 경우 식당에서 소비된 정육에 대해서도 부가세액을 추징하고 있다.
비단 국세청 뿐만 아니라 행정심판기구인 조세심판원에서도 국세청과 동일한 세법해석을 내리고 있다. 정육식당에서 소비자가 먹은 고기판매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부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춘천지방법원에선 국세청과 조세심판원의 세법해석 및 세액추징이 위법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정육식당의 과세판단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됐다.
춘천지법에 따르면, 원고인 Y 조합법인은 지난 09년4월부터 11년6월까지 강원소재 모 건물 1층에서 조합원들이 직접 사육·도축한 한우의 정육과 부산물들을 판매하는 정육매장을, 2층은 소비자가 음식 부재료를 구입해 직접 가져온 정육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운영했다.
영월세무서는 세무조사를 통해 2009년 한해 동안 1층 정육점에서 판매한 금액 가운데 2층 식당에서 소비된 정육분에 대해 부가세 3천300여만원을 경정·고지했다.
과세관청과 조세심판원에서 모두 기각된 반면, 춘천지법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춘천지법은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의 적법 여부는 결국 원고가 2층 식당에서 소비자에게 정육을 가공해 공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의 문제”라며, “1층 정육매장과 2층식당은 출입문이 별도로 구분되고, 각 층마다 별도의 계산대가 설치되며, 2층 식당의 매뉴는 정육을 제외한 음식부재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사실관계를 적시했다.
또한 “소비자가 1층 정육매장에서 정육을 구입하고 계산함으로써 정육매장의 재화 공급행위는 종료된 것으로, 이를 집에 가지고 가서 먹을 것인지, 2층 식당에서 조리해 먹을 것인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우연한 사정에 따라 원고의 정육에 대한 부가세 납부의무가 결정된다거나, 2층식당에서 소비될 정육에 대해 원고가 소비자에게 부가세를 더 징수하게 되는 등 불합리한 결과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춘천지법은 이에따라 “1층 정육매장에서 판매된 정육중 2층 식당에서 소비된 부분을 2층 식당의 매출로 보아 부가세를 과세한 피고의 처분은 과세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국세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6월8일 항소를 제기하는 등 2심에서 과세논리를 이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소송을 대리한 안현희 변호사는 “과세관청과 행정심판기구가 세수확보 논리로만 접근했다면 법정에선 세법의 법리적인 부분을 심층적으로 살펴 판결했다”며, “1심에서의 법리해석이 공고한 만큼 2심에서도 종전 판결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