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8.06. (수)

기타

'죽음의 노래'..필리핀 '마이웨이 괴담'

필리핀의 이발사 로돌포 그레고리오(63)는 인근 가라오케 바를 찾아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익숙한 단골의 솜씨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플래터스의 '마이 프레이어(My Prayer)'를 비롯해 톰 존스와 잉글버트 험퍼딩크의 곡을 열창했지만, 자신의 애창곡인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는 선택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다.
그는 "예전엔 '마이 웨이'를 즐겨 부르곤 했지만, 요즘엔 그 곡을 부르지 않는다"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필리핀에서 가라오케를 찾는 손님들은 '마이 웨이'를 부르지 않는다. 가라오케 중 상당수는 아예 노래책에서 이 곡을 삭제해버렸다. 이 노래를 부른 뒤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라오케에서 '마이웨이'를 부른뒤 죽은 사람의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최소한 6명이 이로 인해 희생됐고 `마이 웨이 살인'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필리핀에서 '마이 웨이'가 암묵적인 금지곡이 된 사연은 이렇다.
시골 마을 곳곳까지 파고들 정도로 가라오케가 인기를 끌고 있는 필리핀에서 '마이 웨이'는 누구나 다 아는 대중적인 노래가 됐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가라오케 바에서 무대에 나가 이 노래를 부르지만, "노래를 못 부른다"는 다른 손님들의 비웃음이나 조롱에 격분해 시비를 벌이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폭력사건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레고리오는 "'마이 웨이'의 문제는 모두가 그 노래를 알고 있고, 모두가 그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남들이 뭐라 해도 자신의 길을 갈 것이라는 노래 가사가 자만해 보인다거나 다른 손님들이 기다려도 마이크를 오랫동안 잡고 놓지 않는 습관이 시비를 부른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100만명 이상이 불법 총기를 갖고 있는 필리핀의 열악한 치안 상황과 게이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의 업태도 폭력 사태를 유발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문가인 필리핀 대학의 롤랜드 톨렌티노 교수는 "필리핀은 매우 폭력적인 사회이며, 따라서 가라오케는 사회적 규율의 붕괴 때문에 이미 사회 내에서 존재하는 것을 촉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