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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8.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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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룻밤새 몰락하지 않는다"

1988년 저서 '강대국의 흥망'으로 유명한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가 "미국은 당분간 쇠퇴하지만 당장 미국의 시대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네디 교수는 12일 영국 선데이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이 군사적 과잉 팽창과 과도한 재정 적자로 약해지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세계의 경제적, 군사적 균형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는 강대국 흥망 주기설을 꺼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케네디 교수는 역사적으로 오스만제국, 합스부르크왕가, 대영제국 같은 강대국이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강대국들은 패배와 모욕, 파산 등 상처를 입으면서도 오랫동안 그 지위를 유지한 채 그대로 간다고 말했다.

 

강대국은 엄청난 자원과 백업 체제를 갖고 있고, 종종 신흥세력은 강대국을 어떻게 대체할지 모른다는 게 케네디 교수의 견해다.

 

유럽의 패권을 누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는 1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군대를 거느렸고, 대영제국은 런던 금융가 시티와 많은 해군기지를 보유했다. 미국은 전 세계 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전 세계 군사지출의 50%를 사용하며, 최고 수준 대학에서 엄청난 연구개발투자를 하고 있고, 인구 규모와 인구 대비 국토 면적도 강력하다.

 

나치 독일과 일본, 옛 소련은 이 같은 백업 체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곧바로 몰락했지만, 미국은 하룻밤 사이에 모래처럼 무너져내릴 제국이 아니라고 케네디 교수는 강조했다.

 

그러나 1945년 이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한국 등에 군대를 보내 세계의 안보를 지탱해온 미국은 이제 자체 자원으로 이를 충당할 수 없게 됐다. 수년 동안 정부의 세출은 세입을 심하게 상회했고, 주로 아시아 정부와 은행들이 사주는 국채 발행으로 재정적자를 메우고 있다. 여기에 이번 금융위기로 의회는 누가 이 거액을 조달할지 질문도 하지 않은 채 7천억달러 구제금융에 서명했다.

 

이로 인한 달러화의 가치 하락은 장차 미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케네디 교수는 말했다.

 

18세기 유럽 상인들은 오스트리아의 마리아테레지아 달러를 선호했고, 100년 뒤에는 영국 파운드화가, 그다음 세기에는 달러화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통화는 보통 강대국 자신의 위상보다 약간 앞서 움직인다는 게 케네디 교수의 주장이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어들고, 투자자들이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에 점점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미국이라는 대제국에는 몰락으로 이어지는 점점 더 큰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케네디 교수는 예견했다.

 

케네디 교수는 최근 금융 위기 후 브라질, 한국,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미국의 시대가 끝났는가"라고 묻는 이메일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이 글을 선데이 타임스에 기고했다.(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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