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세행정포럼
세무조사시 자료제출 불성실기업, 불복단계 자료제출 제한
변혜정 국세청 납보관 "조세실질에 맞는 과세가 더 중요"

다국적기업 등 납세자의 세무조사 비협조에 대한 제재 강화 때는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국제마찰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전문가들은 AI 세금비서 도입과 관련해 납세자가 판단해야 할 영역에 AI를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한목소리로 경계했다. AI세금비서가 납세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제공했을 때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2022년 국세행정포럼이 1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다국적기업 등의 세무조사 비협조시 대응방안, 국세청 세무비서 도입 뱡향 및 로드맵,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첫 발표자로 나선 이중교 연세대 교수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자료제출 거부나 조사 자체를 기피하는 납세자 특히, 다국적기업의 세무조사 비협조 행위를 개선하기 위해선 금전적 제재를 보다 상향하는 한편, 세무조사시 제출하지 않았던 자료는 조세쟁송과정에서도 제출할 수 없도록 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됐다.
제2주제 ‘국세청 세무비서 도입 뱡향 및 로드맵’을 맡은 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인공지능의 무분별한 도입을 경계하고 단·중·장기 등 단계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현재 100% 정확한 결과를 추론할 수 없기 때문에 AI 세금비서 구축 때 세금 금액, 법률적인 해석 등과 같은 민감한 내용은 제시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AI 세금비서 프로그램이 일정수준 이상에 도달할 때까지 이용자에게 AI세금비서 정확도의 한계를 사전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성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소장은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상증세법상 ‘공익법인 출연재산 보고’와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의 각 제출서류를 통합해 간소화하고, 공익법인 감사인 주기적 지정은 1천억원 이상으로 돼 있는 획일적인 자산규모를 좀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은경 세무사 "납세자 입증책임 전환, 불성실 납세자 제재로 운영은 문제"
전규안 교수 "공익법인 공시시스템, 금감원 DART처럼 수정 전 자료 공개해야"
오문성 교수 "세무행정은 쌍방향…무인자동차의 개발과 달라"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은 토론에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고은경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다국적기업의 세무조사 비협조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신고 누락이나 탈루상황에서 경정결정 근거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져야 한다"며 "납세자 입증책임 전환을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일종의 제재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세무공무원의 질문에 대해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직무집행을 거부 또는 기피한 자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2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과태료 상향은 자료 제출 거부를 악용할 소지가 낮은 소규모 기업이 대기업과 비교해 매출액 비중 대비 더 높은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우리나라 세법은 난수표라고 할 정도로 복잡한데 질의 응답 수준으로 이뤄지는 AI세금비서의 경우 납세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제공했을 때 정확한 계산이 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가지 세목을 정해놓고 1단계부터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 더 구체적인 AI 세금비서 청사진으로 와닿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는 사업자등록부터 신고, 세금조사, 불복청구 등 각 단계마다 AI 서비스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 보여준다면 기술에 대한 낙관론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AI 세금비서 성과에 대한 조심스러운 평가가 필요하다. 실제로 콜센터 퇴직률이 30% 줄었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2.6%에서 1.8%로 0.8%만 줄었다. 납세자가 사용했을 때 느끼는 경험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공익법인 제출 의무 간소화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또 공익법인의 공시 수정이 많다고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익법인도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과 유사하게 수정 전 공시자료를 공개하고 최종적인 것은 보고서를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공익법인 부담 감소를 위해 감사 보수 등 일정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다국적기업의 세무조사 비협조에 대한 제재 강화때 내국법인과의 형평성, 국가간 마찰도 생각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한 AI 세금비서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업무와 무인자동차의 개발은 완전히 다르다. 세무행정은 상대방이 있는 쌍방향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판단의 문제가 개입되는 경우는 AI를 지양하고 납세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때 납세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원석 교수 "사람·시스템이 하는 일 혼재되면 사후 문제가 생길 우려 커"
홍범교 실장 "AI 세금비서, 최종 납부세액 안내하되 수정신고땐 추가 제재 제외"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국적기업의 실효적인 세무조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국내 기업은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원화해서 국내 기업은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I 세금비서에 대해서는 "시스템의 편의성만 좇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과 시스템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 혼재돼 사후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이를 잘 구분해 사후문제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으로는 공익법인 등 비영리 관련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의 역할에 주목했다.
홍범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세무조사 비협조 제재 강화에 대해 "납세순응도에 있어 국내 기업과 다국적 기업이 다르다"며 국내기업과의 역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납세자들이 세무조력을 구하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에게 확정금액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AI 세금비서를 쓸 이유가 없다. 최종 납부세액을 안내해 주되, 잘못된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정신고하도록 해 추가적인 제재에서 제외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공익법인 관리감독이 국세청으로 일원화된 것과 관련해 인력 부족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일본의 민간위원회 같은 전문위원회를 설립해 위원회에서 감독하고 국세청에서 감독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변영선 삼일회계법인 비영리법인지원센터장은 공시를 하지 않은 공익법인에 주목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는 "공익법인으로 전면 확대된 것이 2018년 이후로, 회계규정이 도입된 지 얼마 안돼서 오류가 많다"면서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목적으로 보면 더 투명하고 정확하게 하려는 공익법인이 공시한다"며 국세청의 비영리법인 전문성 및 인력 확보를 주문했다.
또한 기부금 모집 및 지출명세서에 기부금 사용 내역 뿐만 아니라 운영내역에 대한 내용도 보완해야 하고, 의료법인과 학교법인은 기타 사회복지법인과 별도의 공시서류를 마련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나경 세무사는 사업자의 홈택스 가입 때 세무사에게 전자세금계산서 보안카드 발급 허용과 지자체별 지원금, 지자체 상품권 정보를 홈택스에서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마이홈택스에 사업자로 로그인하면 인증서만 갖고 모든 정보가 공개된다며 항목별로 권한을 위임하거나 핸드폰 인증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유사매매 재산항목 평가하기가 최근 2개월간 조회가 안되고 최대 4개월까지 안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공시기간 단축을 주문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변혜정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세무조사 때 자료제출 불성실 기업에 대한 불복단계 자료제출 제한과 관련해 "조세실질에 맞는 과세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국적기업의 세무조사 비협조를 이유로 세무조사 불응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면 일반 세무조사 불응에 대한 제재를 통합적으로 강화할 때 나오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다국적기업에 한정한다면 국제규범, 국제규약에 위반되는 부분이 발생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