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멸종시킨 조선호랑이의 표본을 환수하는 작업이 민간에서 펼쳐져 관심을 모은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는 22일 "일본 기업가 야마모토 타다사부로(山本唯三郎)가 1917년 야마모토 정호군을 구성, 대대적인 사냥을 벌였을 때 포획한 호랑이 표본을 교토 도지샤(同志社)중학교에서 확인했다"며 "호랑이 표본을 기증형식으로 되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야마모토가 사냥한 호랑이는 2마리였는데, 모두 표본으로 만들어 하나는 황태자에게 기증했고, 또 하나는 자신의 모교인 쿄토 도지샤 대학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마모토의 조선 호랑이 사냥은 현재 개봉중인 영화 '대호'의 모티브가 되기도 해 관심을 끈다.
도지샤 측은 호랑이 표본을 직접 열람한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에게 "조선호랑이 표본을 야마모토가 기증한 것이다. 남한에서는 멸종된 조선호랑이의 귀중한 세계적 표본이다"라고 밝혔다.
일제는 조선 호랑이 사냥을 조선 정벌의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들에게 호랑이가 첫 식민지 조선을 상징하는 영물이었기 때문이다.
야마모토가 작사한 정호군가(征虎軍歌 호랑이 사냥노래)는 '일본남아의 담력을 보여 주자/루스벨트그 무엇이랴/호랑이여오라…/올해는 조선 호랑이를 모두 사냥하고/내년에는 러시아의 곰을 사냥하세'라고 노래하고 있다. 즉 호랑이 사냥으로 상징되는 식민지 조선을 발판으로 미국과 맞서며, 러시아까지 침략하겠다는 제국주의의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측은 "일본 황태자에 기증된 호랑이 표본의 행방도 현재 조사중"이라면서 "호랑이 표본 발견을 계기로 일본이 조선혼을 말살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사냥에 나선 사실이 새롭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문 대표는 "도지샤는 윤동주와 정지용 시인이 공부했던 학교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한일 우호를 위해 곧 개관할 백두대간 수목원 같은 기관에 기증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표본 열람을 안내한 도지샤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이 호랑이를 신성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반환요청서는 학교법인 도지샤 이사장에게 잘 전달하겠다. 5년전 조선왕실의궤가 한국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5년에도 교토의 한 고교에 보관된 조선 호랑이 표본이 재일본거류민단측에 기증된 바 있으며 현재 도쿄의 재일한인역사자료관에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