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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전관(前官)과 한국세무사회장 선거

전관예우(前官禮遇). 사전적 의미는 ‘장관급 이상의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이다.

 

얼마전 대한변호사협회가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서류를 반려한 적이 있다.

 

대법관 퇴임자는 변호사 개업을 통해 사익을 취할 것이 아니라 최고 법관 출신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회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대표적인 전관예우 논란의 사례다. 흔히들 전관예우하면 법조계부터 떠올리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법조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세무사·관세사·법무사 등 전문자격사군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세무사·관세사 전문자격을 갖게 된 많은 기재부·국세청·관세청 고위직 퇴직자들은 자신의 과거 근무처를 상대로 강한 영향력 및 발언권을 갖고 있다고 일반인들은 인식하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측면이 많다.

 

이런 ‘전관(前官)’ 문제가 오는 6월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뿐만 아니라 과거 회장선거 때도 종종 단골 이슈였다.

 

기획재정부·국세청 고위직 출신(前官)이 회장을 맡으면 과세당국과의 관계나 국회 활동면에서 여러 모로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지배했고, 그 밑바탕에는 ‘전관예우’가 자리하고 있다.

 

세무사 징계권을 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의 백운찬 세무사와 세무대리 감독권을 가진 지방국세청장 출신의 조용근 세무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제실장을 지냈으니 세무사법 개정 및 세무사제도 개선에 나설 때 세제실을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방국세청장을 지냈으니 세무대리와 관련해 세무조사라는 무시무시한 칼을 가진 국세청을 상대로 효과적인 방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거전선에 가득한 모양새다.

 

사회 전반에서 ‘전관예우’의 폐해를 우려하고 있는 시점인데, 조세전문가단체장 선거에서는 ‘전관’에 기댄 선거전을 펼치려 하고 있다.

 

과거 근무처에서 취득한 정보나 경험을 활용하는 한편 인맥·연줄을 동원해 해당 단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관’의 본질을 생각하면,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를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 속셈을 너무 드러내 놓는 것은 작금의 사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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