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영조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
내구소비재 구입비 한도, 매출액의 0.5%→1%로 상향
"종합주류도매사업자 재무 건전성 개선에 큰 도움될 듯"
작년 시행령 개정 성과…무(비)알코올 맥주도 취급

국세청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가 지난 23일까지 행정예고를 마쳤다. 이번 고시 개정안에는 주류 제조회사‧수입업자의 내구소비재 구입비 지원 한도를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내구소비재 구입비 한도는 직전연도 주류매출액의 0.5%인데 이를 내년부터 1%로 대폭 올리는 내용이다.
내구소비재(냉장진열장) 문제는 음식업소‧유흥주점 등에 주류를 공급하는 종합주류도매업계(이하 종도사)로서는 최대 현안 과제였다. 음식업소‧유흥주점은 주류의 품목이 해마다 늘어나자 품질 유지를 위해 더 많은 내구소비재를 요구하게 됐고 이에 따라 늘어난 구입비용은 결국 종도사 몫이 됐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라 내구소비재 원가가 오르고 지원 규모도 증가하면서 종도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됐고, 이에 종도사에서는 제조사에 지속적으로 "지원 현실화"를 요구해 왔다.
전국 1천100여개 사업자를 대표하는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때마다 제조회사와 과세관청에 문제 제기했으나 13년 동안 결실을 보지 못했다. 때문에 역대 집행부의 경우 내구소비재 지원 한도 상향은 사실상 어려우니 시간 낭비 할 것 없이 다른 회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막상 내구소비재 구입비 지원 한도 상향이 발표되자 종도업계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놀란 분위기였다. 0.5%에서 1.0%로 상향시킨 것은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의 치밀한 전략과 조영조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된 데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제조회사와 국세청조차 조영조 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한다.
제조회사 입장에서는 내구소비재 구입비 지원 비용이 종전보다 늘어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주류 공급-판매 증대로 이어지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만큼 '상생의 연결고리'를 놓았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번 고시 개정의 성과와 의미를 조영조 한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으로부터 들어봤다.
◆내구소비재는 무엇을 말하나?
"내구소비재는 내구성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재로, 주류 품질 유지와 소비자의 최적 음용을 위해 주류를 냉장해 보관할 수 있는 진열장(쇼케이스), 생맥주 추출기, 하이볼 제조기를 말한다."
◆내구소비재는 종합주류도매사업자(이하 종도사)의 영업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나?
"쇼케이스(냉장진열장)는 주류를 진열·보관해 판매하는 음식업소에서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필수적인 물품이다. 과거 주류제조사가 판매촉진 명분으로 관행적으로 도매업자를 통해 음식업소에 제공한 것이 공급 중단되면서 도매업자에게 부담이 전가됐고, 지금까지 주류를 판매하는 도매업자가 거래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조사보다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실정이다."
◆종도사가 한해 지출하는 내구소비재 규모는?
"내구소비재 구입비용 709억원, A/S 비용 340억원 등 연간 1천49억원(2023년 기준) 수준으로 도매업계 전체 매출 6조9천억원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주류제조사의 다품종 출시로 음식점, 주점 등에서 매대 확보를 위해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매년 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개정되는 '주류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의 내용을 설명해 달라.
"현행 주류 제조회사·수입업자가 지급하는 내구소비재 구입비 한도는 직전연도 주류매출액(부가가치세·주세·교육세는 제외)의 0.5%인데, 도매업자의 내구소비재 구입비용 증가에 따라 주류 제조회사·수입업자가 지급하는 내구소비재 구입비 한도를 직전연도 주류매출액의 1%로 상향한 것이다."
◆내구소비재 문제는 종도사의 숙원사업이었다. 지난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지원 한도가 확대된 것인데, 앞으로 종도사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
"2013년 전국 음식업소가 55만66개에서 2023년 64만9천180개로 9만9천114개(18%) 증가하고, 업소의 잦은 창업과 폐업에 따라 내구소비재 A/S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쇼케이스 가격도 2013년 30만원에서 현재 45만원으로 150% 인상되는 등 내구소비재 비용 부담 때문에 도매업계의 재무 건전성이 매년 악화하고 있다. 이번에 주류 제조회사·수입업자의 지원 한도가 확대된 만큼 도매업계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정 고시가 시행되면 제조회사의 내구소비재 지원 규모는 어느 정도 늘어나나?
"직전연도 주세 과세표준 금액을 3조원으로 추정하면, 현재 주류 제조회사·수입업자가 지급하는 구입비 한도 0.5%인 15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회사의 내구소비재 지원 확대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간 제조회사 및 관계 당국과 협의 과정을 얘기해 달라.
"2012년 내구소비재 관련 국세청 고시 개정 이후, 제조사의 주류가격은 수차례 인상됐지만, 제조사의 부담금은 12년 동안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아 도매업체는 내구소비재 지원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돼 왔다. 이에 중앙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주류 제조3사를 방문해 대표이사 간담회를 가졌고, 2023년 7월과 8월, 9월에 세 차례에 걸쳐 제조사와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논의를 지속한 끝에 제조사의 협력 의사를 이끌어 냈다.
도매업체의 내구소비재 공급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계당국에도 주류 제조회사‧수입업자의 내구소비재 구입비 인상을 요청하는 관련 주류거래 고시 개정(안)을 수차례 건의했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4월과 5월에 네 차례 국세청과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제조회사·도매업계간 내구소비재 지원 한도 상향을 합의하면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제출하게 됐다."
◆작년에는 새로운 수익 창출 시장도 확보했다. 작년 5월부터 종합주류도매사업자들이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도 취급할 수 있도록 시행령이 개정됐는데, 시행령 개정작업 과정을 말해 달라. 그리고 현재 종도사 매출에서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되나?
"종합주류도매사업자가 비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음료를 주류와 함께 음식점 등에 공급할 수 있도록 주류판매 전업 의무 면허요건을 완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기재부와 국세청에 건의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23년 5월 국세청에 종합주류도매업의 비알코올 맥주 판매 허용 제도개선을 건의했으며, 그해 8월과 9월에도 지속적으로 국세청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2023년 10월 기재부와 국세청에 비알코올 맥주 판매 관련 법령 개정 건의(안)을 제출한 이후 지난해 3월 주류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입법예고 이후 지난해 4월 법제처와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기재부에 주류도매업의 비알코올 맥주 취급과 관련한 의견서도 제출한 끝에 지난해 5월 공포되기에 이르렀다.
작년 기준 비알코올 음료 전체 시장 600억원에서 종합주류도매사업자가 80억원으로 13.2%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비알코올 음료 시장이 1천9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내구소비재 지원 한도 상향과 관련해 제조회사 및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내구소비재 구입비 지원 한도 상향은 그동안 많은 비용을 부담해온 회원사의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늦었지만 주류거래 고시 개정으로 주류제조사와 도매업계가 동등한 입장에서 상생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 우리 도매업계도 비용 절감을 위해 내구소비재 지원 기준을 정하고 지나친 경쟁적 지원을 자제하면서 단계적으로 공급을 줄여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