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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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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전통적으로 소득세는 소득재분배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인식됐다. 대부분의 국가가 누진세율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한때는 많은 국가에서 최고세율을 6070% 수준으로 높게 책정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큰 변화가 발생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최고세율을 인하하고 누진도를 완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소득세가 강력한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새로운 인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재분배 정책은 소득 수준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타고난 능력이 뛰어난 자에게는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장애가 있거나 능력이 부족한 자에게는 적게 부과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개인의 노력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득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결합돼 나타나는 결과이므로 소득에 대한 세금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세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능력이 있는 자로부터 능력이 부족한 자로의 재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노력하는 자로부터 노력을 하지 않는 자로의 재분배함과 동시에 노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세가 평생 벌어들인 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발생한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점도 누진도를 강화하는데 장애요인이 된다. 짧은 기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돈을 벌고 그 돈을 저축해 노후에 소비하는 사람은 집중적으로 돈을 버는 시기에는 소득이 많으므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한 자금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러므로 평생 벌어들인 소득이 동등한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세회피 및 탈세도 문제가 된다. 일부 납세자는 법률을 위반해 탈세를 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소득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은폐함으로써 세부담을 회피한다. 세부담을 회피하는 정도와 가능성은 소득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특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차이가 대조된다. 또한 모든 거래가 국내에서 이뤄지는 경우에 비해 거래의 일부가 국제 거래인 경우에 소득을 회피하기가 용이하다.

 

 이러한 문제들은 소득세의 재분배기능 강화를 억제하는 요인이 된다. 누진도를 강화하면 열심히 노력하는 자, 노후를 대비해 젊었을 때 돈을 많이 벌고 그 중 상당부분을 저축하는 자, 조세 회피의 기회가 별로 없는 근로소득자 등이 주로 증가된 세부담을 지게 되는 반면 조세 회피 및 탈세를 많이 하는 납세자들은 실제로는 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세부담이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경제활동의 세계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부각됐고 세계 각국은 최고세율의 인하, 누진도 완화로 대응했다. 특히 자본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종합소득세 체계를 유지하던 국가들도 자본소득에 대한 분리·저율 과세 방식으로 전환했으며, 스웨덴 등 북유럽의 국가들은 노동소득에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자본소득에는 낮은 단일세율을 적용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를 도입했다. 전반적으로 소득세의 누진도를 완화하면서도 자본소득세 부담의 완화에 더 중점을 둔 것은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자본소득에 대한 세금에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의 버핏세 논의는 이와 같은 지난 30여년간의 조세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각된다. 누진도 완화, 특히 자본소득세 부담의 완화는 버핏이 언급한 사례와 같은 역진적인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것을 환원해 과거의 누진적인 과세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이슈를 단순히 '효율성''형평성'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봐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재분배 기능 측면에서 현행 소득세제가 가진 결함을 인식하고 소득세의 역할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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