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공무원을 위한 현직공무원의 고문계약 알선행위 금지'라는 이른바 '5·16 전관예우 방지대책'이 나오자 한동안 6월말 (명예)퇴직자들이 술렁였다.
이들은 "공정사회라는 대세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려는 모습이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당혹감과 언짢은 기색으로 가득차 있었다.
'5·16 대책'의 첫 당사자들인 6월말 퇴직자들의 분위기는 이처럼 암울해 보였지만 대책 발표후 여러 가지 긍정적인 전조들을 여기저기서 목격할 수 있었다.
올 연말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내 한 세무서장. "선배로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과욕은 금물이다. 앞으로 후배들에게 떳떳하려면 최종 퇴임지에서 더욱 올곧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맑은 눈빛과 차분한 얼굴에서 그의 진실을 읽을 수 있었다.
서울시내 한 세무서 법인계장. "사실 명예퇴직하는 세무서장이나 과장이 별도의 부탁(?)을 하지 않더라도 고문업체 몇 개씩은 챙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훈령에 금지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국세공무원으로서 법령을 어길 수야 없지 않은가?"
'훈령 때문에 고문업체를 알선해 주고 싶어도 해 줄 수가 없다'라는 피동적 입장이 아닌 '국세청 훈령을 꼭 지켜야 한다'는 능동적인 변화로 읽혔다.
올해로 개업 20년차인 P세무사. "야박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국세청의 이번 조치로 인해 '덤핑 경쟁'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 같다. 또 국세공무원 퇴직시기만 되면 벌어지는 수임업체 쟁탈전도 예년보다 감소할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한켠에선 '5·16 대책'에 따른 '당근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바람도 있었다.
일선 한 사무관은 "이현동 청장께서는 취임사에서 '공무원으로서 일하면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공직은 우리 밖에 없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퇴직 후 제2의 인생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했다"면서 "승진 등 인사문제건 복지대책이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지금 세정가는 '5·16 전관예우 방지대책'을 두고 덜컹거리는 흔들림의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점점 차분한 평온을 되찾아 가는 분위기다.
'고문계약 알선 금지'라는 신호탄은 이미 쏘아 올려졌다. 여기에 '직전 퇴직관리자에게 맡기면 세무상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반인들의 전관예우식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뒤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