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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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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전문가들 "새정부 가치 반영"

경제 및 행정 전문가들은 16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 기존 조직을 대폭 축소한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새 정부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신호탄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중복된 기능을 가진 부처들을 통합하는 안에 대해 실질.효율.책임을 앞세우는 새 정부의 가치가 반영돼 있다고 분석하고 상징성이 있었던 통일부를 폐지, 외교부와 합쳐 외교통일부를 신설한 데 대해서도 일부 우려는 있었지만 대부분 기존 통일부 기능의 수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관할 부처가 분산된 교육이나 공룡 부처로 환원된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고유 기능의 이행, 견제 장치 마련 등에서 다소의 우려를 나타냈고, 조직 통폐합의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잉여인력에 대한 효율적 활용과 장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인수위가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은 새 정부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신호탄으로 의미가 있고 효율과 실질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산업, 복지를 중심으로 통폐합을 했는데 현재까지의 작업은 전체 조직개편 작업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된 부처는 (인력이나 업무 등에서) 30% 정도 겹치는 부분이 생길 것으로 예상돼 조정이 필요하다.

 

잉여인력에 대해서는 인원이 모자란 곳에 보내는 등의 후속조치를 고려해야 하고 없어지거나 나눠지는 부처 공무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과거의 부처 통폐합을 보면 '한지붕 두가족'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진정한 의미에서 한 식구가 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통합 부처 장관의 자질이 더욱 중요해진다.

 

'공룡 부처'가 되는 기획재정부에 대해서는 국회 등을 통해 확실하게 견제해야 하고 폐지 결정이 난 통일부는 기능에 상징성이 있었지만 통합돼 신설될 외교통일부 안에서도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산자부의 산업인력 양성 기능 등이 통합돼 만들어질 인재과학부의 경우 기능이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히 다른 부분도 있어 다소 우려된다.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될 교육 기능이 어떻게 수행되느냐도 숙제다.

 

◇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 대부대국(大部大局)으로 가겠다는 방향은 다른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대부처 체제로 가면서 청와대 경제수석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대통령이 직접 경제를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참여정부는 책임총리에 부총리 3자리를 만드는 등 완충지대를 뒀는데 새 정부는 정치적으로 위험해도 직접 경제를 챙기고 책임진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통일부 폐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관계를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데 남북문제를 기존의 외교통상부로 이양하는 것은 북한을 외국으로 취급한다는 것과 같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조율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기획재정부를 신설해 예산기능을 부여한 것은 방향이 맞지만 과학기술부의 기능을 신설되는 인재과학부로 이양하는 것은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 과학기술 정책은 진취적인 사고가 필요한데 보수적인 교육부 분위기에 의해 과학기술 정책이 잠식당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를 농림부 등으로 통합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다.

 

◇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 선진 외국의 부 단위의 정부조직 숫자가 일반적으로 15개 내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새 정부의 조직을 13부 2처로 줄이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중폭 정도의 개편으로 평가할 수 있다.

 

외형적인 통합보다는 실제적인 내용이 더 중요하다.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화학적 융합을 통해 실질적인 통합 부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통합된 부처에는 기능이나 업무 성격이 중복되는 부서가 있고 그런 업무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 잉여인력에 대한 활용 계획도 빨리 마련돼야 공무원들의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는다. 업무가 중복되는 공무원들에게 억지로 직무를 부여하면 새로운 형태의 규제가 양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조직 개편에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획재정부로 만든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쪼개졌던 재경원을 다시 환원시킨 형태다. 특히 경제정책의 기획과 집행이 합쳐져 집행력과 추진력은 커지겠지만 위험 관리나 상호견제는 어려워지게 돼 청와대에 경제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일부 넘겨줄 필요가 있다.

 

◇ 삼성경제연구소 김선빈 수석연구원 = 예상보다 조직개편의 폭이 커 부처 간의 융합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개편 초창기에는 조직 내부에서 불필요한 방향의 경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18부 4처가 13부 2처로 줄어들면서 2만∼3만명의 중앙공무원 중 1급과 담당관 등의 고위직과 정무.홍보 업무 담당자 등 잉여 인력의 경우 구제 방법이 많지 않다. 산하기관 등으로 다른 자리를 찾아야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일부 인원은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룡 부처'가 될 기획재정부 탄생도 우려된다. 정부조직의 원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견제와 균형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기획재정부의 출범은 문제가 있다. 기획재정부 출범은 외환위기를 불러왔던 과거 재경원 시절로 회귀하는 것으로 경제정책의 조정, 예산의 기획 및 할당 등 막강한 권한이 있어 다른 부처가 적절한 견제역할을 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 큰 정부를 줄이겠다는 취지에 따라 부처의 수를 줄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변화된 시대의 반영과 미래 지향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통일부를 없애고 외교통상부와 합쳐 외교통일부를 신설한 것도 엄연하게 국가로 존재하는 북한과의 관계를 외교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를 줄이고 기능의 단순 통합에만 그친 면도 없지 않다. 이를 테면 21세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 과학기술이고 그 중에서도 우주과학과 생명과학이 중요한 데 산업자원부에 기존의 과학기술부가 갖고 있던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정책을 통합해 지식경제부로 전환했다. 과학 중심의 통합이라고 볼 수 없다.

 

또 정부조직 개편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부처를 겉으로 통합하는 것보다 각 부처 안에 있는 국.과를 통합하는 게 중요하고 정부 내의 간섭에 대한 통제도 필요하다.(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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