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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30. (월)

[稅友칼럼]악어의 눈물

김재호 세무사


터미네이터란 영화를 보면, 인류의 구원을 위해 미래에서 온 사이보그가 인간의 눈물을 보고 의아해하는 장면이 있다. 인간의 눈물을 만지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사이보그의 모습…….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여러 가지로 설명되겠지만, 그 중에 감정 어린 눈물도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흔히 우리는 얼굴에 흐르는 것만을 눈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생물학에서는 눈물을 윗눈꺼풀(上眼瞼) 뒤에 있는 눈물샘(누선) 및 그 부근에 산재하는 부누선에서 결막낭 안으로 분비돼 눈을 촉촉하게 해 주는 투명한 액체로 정의한다. 즉 눈에서 흐르는 것만을 눈물로 정의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눈물은 조금씩 분비돼 각막과 결막을 항상 적셔서 이물질로 인한 세균감염을 방지하고 동시에 각막 상피에 포도당과 산소와 같은 영양분을 공급해 눈이 시각적인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통 성인의 1일 눈물 분비량은 1∼1.2㎖이고 수면 중에는 분비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신체기능이 완성되지 못한 생후 3개월이내의 신생아는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눈물샘이 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슬프거나 기쁠 때에 다량의 눈물이 나오는 이치는 아직까지도 정확히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있지 않다고 하니, 과연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그 신비로움을 더해가는 듯하다.

어쨌든 인간이 얼굴에 흘리는 눈물은 억누를 수 없는 순수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순수한 감정에 따르지 않고 인위적으로 조작돼 흐르는 눈물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악어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말은 옛날 이집트 나일강(江) 어귀에 사는 어떤 악어가 사람을 잡아 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서양의 전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이는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독특하게도 악어의 눈물샘의 신경과 침샘의 신경이 같은 계통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먹이를 먹을 때 침과 눈물이 동시에 분비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이처럼 자기의 뱃속을 챙기고 거짓으로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두고 세간에서는 위선자의 거짓눈물, 교활한 위정자(爲政者)의 거짓눈물 등에 빗대는 표현으로 삼았다.

얼마전에 세무사법이 당초 발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내용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격사법 중 거의 유일하게 타 자격사의 명칭을 자랑스럽게 법조문에 나열하고 있는 특이한 모습의 세무사법이 결국 독립법으로서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더욱 어정쩡한 모습으로 개정된 것이다.

재경위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인 것 같아서 내심 희망이 있었으나, 법사위 심사를 거치면서 '그러면 그렇지'라는 비관으로 한숨을 내쉬게 됐다.

대부분이 이 나라의 법과 정의를 수호한다는 율사로 구성된 법사위 의원들이 위헌적이고도 초국회법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서, 역시 이 나라의 법은 소수 기득권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새삼 와닿았다.

물론 그 내용이 이익집단간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일지라도, 법사위가 국회법에 의한 제기능을 뛰어넘어 당초 발의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제3의 내용으로 수정돼 가는 과정은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그 대담성에 격찬의 박수까지 보내고 싶어졌다.

다수 국민의 뜻이 소수에 의해 변질돼 가는 모습속에서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대표적인 병폐를 우린 몸으로 깨닫게 됐던 것이다.

역시 '악어의 눈물'에 익숙한 의원들이 이번에도 보란 듯이 한번 더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회의원이 개입돼 있는 각종 비리사건은 차치하고도, 현재 계류 중인 정치개혁법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법안들이 왜 이렇게 처리가 안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될 것 같다.

얼마전 언론에서는 제17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현역의원들의 재신임 여부를 유권자에게 묻는 조사가 있었다. 답변에 응한 유권자의 50% 정도가 현역의원을 재신임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한다.

이제 우리 국민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에야말로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악어의 눈물'만 흘리던 정치인들에게 '인간의 눈물'을 흘리게 해줘야 한다는 국민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오는 4월15일, 먹고 사느라 정신없던 우리 민초들은 행동할 것이고, 기대할 것이다.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태동되고, 국회의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갈 수 있기를…….
■ 社外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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