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세청, 지난달 25일부터 직급⋅직위 대신 ‘님’ 호칭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해 소통 활성화

한 ‘젊은 지방국세청장’이 공직사회에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몇몇 민간 기업에서 실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님’ 호칭을 계급이 뚜렷이 구분된 공직사회에 들여온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 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그동안 직원간에만 적용하던 ‘수평 호칭’을 경영진과 임원까지 확대했다. ‘사장님', '상무님'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이나 한글 이름에 '님'을 붙이는 식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부터 구성원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으며, 근엄한 조직문화가 강한 기업군인 제약사에서도 ‘님’ 호칭이 유행을 타고 있다.
이처럼 민간기업에서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을 위해 ‘님’ 호칭, 유연근무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님’ 호칭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직원들에게 보고서⋅문서 등에 장관을 포함한 간부를 호칭할 때 ‘님’자를 붙이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직급과 직위가 뚜렷하고 권위적인 색채가 강한 공직사회에서의 ‘님’ 호칭은 찾아보기 힘들다.
‘님’ 호칭 실험에 나선 곳은 인천지방국세청이다. 전국 7명 지방국세청장 가운데 가장 젊은 층에 속하는 민주원 청장이 부임하자마자 인천청은 민 청장 지시로 ‘수평 호칭’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초 홍보 기간을 갖고 25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는데, 지방청 뿐만 아니라 일선세무서까지 확대 시행한다는 전언이다.
예를 들어 ‘민주원 청장님’이 아닌 ‘민주원님’ ‘주원님’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것인데, 직급⋅직위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을 없애고 직원 상호간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승환 인천청 현장소통팀장은 “‘님’자라는 존댓말 사용으로 상호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이를 통해 좀더 편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직사회인 만큼 업무는 수직적으로 진행하되, 호칭은 직급⋅직위를 생략함으로써 수평적 소통 문화를 조성해 보겠다는 의미다.
현재 인천청은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해 문자나 메일을 통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몇몇 세무서장은 과장이나 직원들이 결재차 서장실을 방문할 때 ‘님’자를 써달라고 직접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청의 ‘수평적 조직문화’ 실험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 관리자에 따르면, 민주원 청장은 지난달 부가세 신고기간 세무서 방문 때에도 ‘소탈한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방문하는 세무서에 별도로 일정을 알리지 않고 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도 받지 않았으며, 양복이 아닌 점퍼 차림으로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세무서 한 직원은 “공직사회에서 호칭의 변화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공직사회에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MZ 등 젊은 세대와 원활한 소통이 돼야 하고 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처럼 ‘수평적 소통’을 이루기 위해 ‘님’자 호칭을 시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