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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6.13. (일)

세무 · 회계 · 관세사

세무사들을 불안하게 하는 4대 위협…'모두채움·금융권·플랫폼·변호사'

코로나19 상황에서 두 번째 종합소득세 시즌을 맞이한 세무사들이 예년과 달리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비대면'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세청 또한 ‘손쉬운 신고⋅납부 서비스’를 더욱 보강하고 있고,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권의 무료 절세서비스가 강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의 세무조정업무 침투, 세무회계플랫폼의 세무시장 침범 등 다양한 형태의 '공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세무사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종소세 신고·납부에 대비해 간편신고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홈택스나 모바일(손택스), 심지어 ARS를 통해 신고를 마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세청이 전산으로 신고서를 대신 작성해 주는 ‘모두채움서비스’ 대상은 212만명으로 늘었다. 212만명의 자영업자는 세무사들의 도움 없이도 종소세 신고를 간단하게 마칠 수 있다. 종소세를 비롯해 부가세 신고 때도 ‘모두채움서비스’ 대상은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세무사계에서는 모두채움서비스가 강화될수록 세무사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과 같은 ‘공적인’ 측면에서의 공격과 더불어 ‘금융권’의 무료 세무서비스는 신뢰성을 무기로 세무사들에게 더욱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금융권의 세무서비스는 상속⋅증여⋅양도 등 재산 절세컨설팅에 집중돼 있어 자산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기업은행을 비롯해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은 자사고객을 대상으로 무료로 종소세 신고를 대행해 준다고 발표했다.

 

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이같은 서비스를 펼치며, 해외주식이나 파생상품에 대한 양도세 신고도 무료로 해준다.

 

금융권은 자사 PB와 같은 조직을 동원해 평상시 자산에 대한 절세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고급 세무서비스 시장을 완전 장악할 태세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아예 세무솔루션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어 개인사업자들의 종소세와 부가세를 자동계산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용계좌 신고나 현금 출납장부 작성과 같은 서비스도 무료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 세무법인 대표는 “금융권은 예⋅적금이나 투자, 대출을 무기로 고급 세무시장으로 볼 수 있는 자산가 절세컨설팅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면서 “세무사들이 자산 컨설팅 시장을 고급화시켜 대응해야 하는데 그야말로 역부족인 상태다”고 우려했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세무회계플랫폼 회사들은 세무사들에게 “이러다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소위 ‘가격비교 서비스’에서 더욱 성장해 상담과 신고, 세금환급서비스까지 확산하는 추세이고, 근로자 등 일반인 뿐만 아니라 IT환경에 능숙한 세무사들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종소세 등 세금 신고를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해주는 세무회계프로그램도 시장에 계속 쏟아지고 있다.  

 

AI로 무장한 세무회계플랫폼은 머지 않아 세무사에게 신종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에 파다한 실정이다. 

 

공공기관, 금융권, IT회사의 공격만이 아니다.

 

국내 최고 자격사로 꼽히는 변호사의 세무시장 진출은 세무사계에 전혀 다른 차원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변호사에게 허용할 세무대리업무의 범위를 놓고 세무사법 개정안을 심사 중인데,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의 문제이지 세무조정을 비롯해 이미 세무업무의 빗장이 변호사에게 풀린 상태다.

 

이처럼 세무사계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세우거나 세무서비스를 고도화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개개 세무사들은 기장대리, 세무조정, 조사 수임, 불복 등 전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데 치중하고 있을 뿐 미래지향적인 서비스전략을 수립하는데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세무법인 대표는 “세무서비스를 고급화할 수 있는 대안은 컨설팅에 있다. 세무를 기반으로 여기에다 회계감사와 부동산, 감정평가, 소송(법률)을 묶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조직을 전문화·대형화시키고 AI 기술을 가진 IT회사와 협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최근 세무회계플랫폼 회사의 환급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 IT회사들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무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실사례"라고 지적했다. 

 

전직 세무사회 임원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지금 세무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즉시 수립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임원은 "개개 세무사들의 집단체인 세무사회가 AI와 빅데이터를 잘만 활용한다면 엄청난 힘을 갖게 되고 다양한 수익원을 새로 개발해 낼 수 있다"면서 "AI,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무시장의 파이를 넓히고 서비스를 고급화하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류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하고 비전을 그리는 리더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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