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세공무원교육원 찾아 9급 신규임용후보자 교육생에 공직 꿀팁 전수
"항상 웃고, 발령 후 2개월은 죽었다 생각하며 일하고…친구 따라 강남가자"
국세청장이 직접 구운 삼겹살 만찬에 이벤트 행사로 교육생들 '웃음 꽃'
31년전 공직 첫발 뗀 제주세무서에서 미생 시절 반추…승진자·1년미만자 격려


강민수 국세청장이 2025년 9급 신규임용후보자 3기 과정을 이수 중인 예비 세무공무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30일 국세 인재양성 요람인 국세공무원교육원(원장·김대원)을 찾았다.
31년 공직 완생(完生, 완성의 생)에 서 있는 강 국세청장은 공직 미생(未生, 미완성의 생)인 교육생들에게 세무공직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을 숨김없이 얘기하면서도 성공적인 미래를 위한 공직 팁을 한 시간여 동안 전수했다.
강 청장은 “세무공무원으로 첫발을 딛게 되면 낮은 급여, 과중한 업무량, 악성 민원, 승진 적체 등을 겪게 된다”며, “이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직원들을 최대한 보듬고 다독이면서 이끌기 위해 작년 7월 취임 이후 뭐라도 하겠다는 심정으로 ‘인조예법’을 실천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이 밝힌 인조예법은 ‘인사·조직·예산·법령개정’의 줄임말로, 국세청의 고질적인 승진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관련부처 과·국장 및 장관 등을 찾아가 읍소하고 부탁했음을 밝혔다.
이와 관련, 2023년 6급 이하 정기 승진인사에서 849명이 승진하는데 그쳐 인사 참사로 기록됐으나, 지난해 1천599명이 승진하면서 평년 수준을 회복한 데 이어, 올해는 18년 만에 상반기 승진인사를 통해 835명이 조기에 승진하는 것은 물론 807명의 직급 상향도 이뤄냈다.
특히 전 정부에서 추진한 조직·인원 감축 시도에 따라 2019년 근로장려금 반기신청 업무를 위해 증원한 347명이 감축될 위기에 처했으나, 모든 경로를 총동원한 전력투구 끝에 단 한 명의 인원 감축 없이 방어했다.
국세청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직원들의 복지와도 맞닿아 있는 예산의 중요성도 강조해,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예산 확대를 통해 올해에만 1조원의 세수 추가 조달을 이뤘으며, 악성 민원에 대비한 세무서 보안요원을 기존 대비 10배 이상 배치하고, 전보인사에 따른 이사비 지원금도 1.8배 증액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국세청 본연의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법령 개선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다국적기업으로부터 과세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했으나 번번이 가로막혔던 ‘이행강제금 부과’, 직원들의 징수의지를 독려하기 위한 ‘징수포상금 제도’ 등도 성공적으로 도입됐다.
강 청장은 신규 임용자들을 위한 작은 배려로, 교육수료 후 통상 1주일 만에 초임 세무서 부임이 진행됐으나, 숙소 마련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초임세무서 부임을 2~3주 이후로 늦췄다.
31년 공직 완생에 서 있는 강 국세청장은 출발선에 있는 임용 후보자들을 위한 꿀팁도 아끼지 않고 풀었다.
그는 “항상 즐거운 사람은 없지만, 참고 견디며 웃어야 한다. 본인의 평판에도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첫 번째 팁을 건넸으며, 이어 “발령 후 2개월은 죽었다 생각하고 열정을 보여 달라.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일 잘하고 마인드 좋은 선배나 동료를 항상 가까이 두라”고 주문했다.
또한 “앞서 말한 팁을 발판으로 본인의 내공을 올려 나가면 다양한 근무지에서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하고, 승진인사를 비롯한 다른 혜택 등 조직 내부에서 보상받을 기회가 반드시 있다”고 격려했다.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꽃3’ 구절을 인용하며 공직 출발선에 있는 교육생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강 청장은 “(새내기 공직자들에게)느끼는 감정을 이 시 만큼 잘 표현한 게 없는 것 같아 넣어 봤다. 국세청 직원들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사랑스런, 특히 안쓰러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연 직후에는 교육생 가운데 희망자 100여명이 참석한 뜻깊은 만찬도 이어졌다.



교육원이 인접한 식당에서 열린 저녁 만찬에서는 강 국세청장과 김대원 교육원장, 박인호 제주세무서장 등 간부들과 본청 청장비서실 직원 등이 모두 동원돼 교육생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가 열렸다.
교육생들의 식당 도착에 앞서 1시간 전부터 강 청장을 비롯한 간부·직원들이 연신 테이블을 뛰어다니며 삼겹살을 구웠으며, 식당에 도착한 교육생 100여명은 맛있게 구워진 고기와 음료 등을 만끽했다.
식사 이후 이어진 행사에선 교육생들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이벤트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팀별 또는 개인별 장기자랑에 따른 다양한 쿠폰과 선물이 쏟아져 힘든 교육 일정을 잠시나마 잊고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만찬에 참석한 교육생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강연에, 회식에, 경품까지 받아 오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시간이 흘러 관리자가 된다면 오늘과 같은 날을 꼭 후배들에게 만들어 주고 싶다”, “우리 기수가 축복받은 느낌이다. 공직 생활 중 힘들 때마다 오늘을 회상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힘을 내라고 하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9급 임용 후보자들을 위한 선배 직원의 격려도 이어졌다. 이날 특별 게스트로 참석한 장영호 부산청 인사팀장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애정 어린 조언도 쏟아냈다. 장 팀장은 9급 공채 출신으로 사무관 임용 3년 4개월 만인 올해 상반기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강 청장 또한 교육생들이 자리한 테이블을 일일이 직접 찾아 음료를 건넸으며, 교육생들로부터의 사진 요청과 어깨동무에도 기꺼이 응하며 제주도 푸른 밤을 한마음으로 밝혔다.
다음날 강 청장이 찾은 곳은 자신이 공직 새내기 시절을 보냈던 제주세무서(서장·박인호).



강 청장은 1996년 제주세무서 총무과장으로 부임해 1년 5개월 동안 재직했으며, 이날 방문에선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과 조우하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강 청장의 공직 초임을 함께 했던 최희경 조사과장은 “젊은 총각이었던 강 청장님은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며, “여름 우기엔 강 청장님이 직접 차를 몰고 직원들의 통근을 책임지는 등 자상하고 배려가 인상 깊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강 청장에게 미생 시절이 담긴 깜짝 선물이 전달됐다.
최 조사과장은 전날 교육원을 찾은 강 청장의 소식을 접한 후 30년 가까이 묵혔던 당시 제주세무서 기념 사진을 찾아내 액자로 선물했으며, 세무서 방문시 항상 선물만 했던 강 청장은 생각지 못한 자신의 공직 미생 사진 선물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강 청장은 이날 제주세무서 방문에서 올해 상반기 승진한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밖에서 조용히 한 명씩 불러내 쿠폰을 전달하며 격려했으며, 13명에 달하는 1년 미만 신규직원들을 위해선 별도의 차담회를 열어 공직 후배들을 위한 조언과 팁, 그리고 쿠폰 선물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26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차기 국세청장으로 지명함에 따라 강민수 청장은 곧 공직 퇴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