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酒類) 도매업을 '장사'의 개념이 아닌 '사업(事業)', '경영(經營)'의 개념으로 격을 높이고 있다." 오정석 중앙회장에 대한 종합주류도매사업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오정석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장이 이달 '취임 2년'을 맞았다. '오정석 중앙회장의 2년' 동안 종합주류업계는 그야말로 대변혁의 연속이었다.
도매상들에게는 다소 생소했던 '이익 중심 내실경영' 'IT 회의시스템' '주류발전포럼' 'Innovation(혁신)' 'Re-Start(새로운 도약)'와 같은 신개념의 목표를 내세워 회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임 직후부터 업계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을 외부에 드러내놓고(?) 줄기차게 진행하고 있다. 종합주류도매업계의 치부를 더 이상 숨기지만 말고 힘을 합쳐 개선해 나가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오 회장의 노력에 대다수 도매사업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시기와 질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위 종합주류도매업계의 개혁을 두려워하고,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취임 2년'을 맞은 오정석 회장은 이에 아랑곳 않고 남은 임기 동안 'Re-Start(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오 회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들어봤다.
□금년도 종합주류도매업계의 비전을 'Re-Start' 새로운 도약으로 정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
"지난 2년 동안 중앙회는 도매면허 T/O제 유지, 주류구매카드 존치, 내구소비재 제조사 지원 연장 등 도매업계의 성과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16년에 주류업계가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으로 뚜렷한 방향성과 투명성을 가지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주류유통 선진화를 위해 다함께 노력하자는 의미다."
□종합주류도매사업자들의 '생존가격 준수' 자정운동을 제안하셨는데, 실제 도매사업자간 출혈경쟁이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도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3%인데 비해 주류도매업은 2% 이하에 불과하다. 최근 지나친 가격파괴와 과당경쟁, 과도한 부채로 부실화돼 휴·폐업을 하는 도매사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예식장, 장례식장 등에 제조사의 백 마진을 지원받으며 업소에 공급가로 판매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회원사들이 생존가격을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실행계획을 갖고 있나?
"지난 2월3일 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생존 가격 준수 결의를 했다. 가격 담합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악화되고 있는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회원 스스로 생존가격을 준수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앙회와 지방협회는 생존가격 준수 자정운동을 전 회원사가 실천토록 홍보해 가격안정을 이뤄낼 계획이다."
□'생존가격을 반드시 지키자'는 제안에 대해 종합주류도매사업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내수침체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 회원들은 공감하는 분위기다. 위스키 마진이 무너졌고 수입주류 마진은 파괴됐으며 가정용 수수료도 바닥에 머물고 있다. 도매업 경영의 3요소는 매출, 수금, 마진인데 세가지 다 중요하지만 가격이 무너지면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 생존가격 준수를 위해 프랜차이즈 본부의 과도한 지원, 제조사의 밀어내기, 리베이트 등 불공정 행위를 국세청·제조사와 협의해 개선하고 회원사에 대한 홍보도 강화할 것이다."
□도매사업자간 출혈경쟁에는 내구소비재 지원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내구소비재 지원과 관련해 자정결의대회까지 가졌는데 현재 업계 실태는 어떤가?
"지난해 중앙회 차원에서 내구소비재 지원 준수 자율실천운동을 벌인 결과 회원사가 30~50% 가까이 많은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도매업계 한해 내구소비재 지원금액이 2천200억원 지출됐는데 냉장용 쇼케이스만 지원하기로 한 결과 연간 약 800억원 정도 절약할 수 있었다. 또 작년 10월 제조사의 내구소비재 지원관련 일몰규정을 3년 연장키로 국세청 고시가 개정됐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명령고시 준수 실천운동을 전개해 유통질서 확립은 물론 회원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이도록 할 것이다."
□지난해 빈용기보증금 및 취급수수료 문제로 논란이 많았다. 종합주류도매사업자의 취급수수료와 관련해 현재 논의상황은 어떤가?
"취급수수료는 지난해 12월24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업계 자율로 결정하기로 정했는데 1차 회의가 2월29일 열렸다. 빈병 회수에 따른 인건비,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회원사의 회수비용이 최대한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면허T/O제 폐지 저지, 주류구매전용카드거래제 유지, 내구소비재 제조사 지원 연장 등 많은 회무성과를 거뒀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주류도매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도매면허 T/O제 폐지 요구였다. 주세 보전, 유통질서 확립, 건강과 위생관리, 산업 합리화 등의 정책목적으로 규제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면허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중앙회는 종합주류도매업계에 대해 외부 연구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도매면허 T/O제 유지를 위해 도매업계 전반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통계적 사실을 산출하고 객관적인 증거를 토대로 정부당국이 올바른 정책결정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면허권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취임 2주년을 맞았다. 회원사 대표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세상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대를 앞서 전망하고 변화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 우리 업계도 미래의 안정적 사업구축을 위해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매출 중심에서 이익중심으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경영에서 생산적이고 사업 중심 경영으로 변화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해서도 거부해서도 안된다. 모두 함께 노력하고 실천한다면 지금보다 좀더 나은 환경 속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아울러 국가 면허사업자로서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통해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 나눔 운동'에도 적극 동참함으로써 주류업계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