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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5.17. (금)

‘학자금대출자=채무자’ 용어사용 유감

“돈이 없어 학자금을 대출받은 것도 서러운데, 돈을 갚지 않은 빚쟁이 마냥 채무자라는 용어를 국가기관이 스스럼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니 절망감마저 든다.”

 

국세청이 근로소득이 발생한 학자금 대출 의무상환대상자의 상환방식을 개편한데 이어, 시행 1개월간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근로소득이 발생한 의무상환 대상자가 직장에서 빚쟁이라는 인식을 받지 않도록 원천공제방식 대신 스스로가 선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해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러나 국세청의 이번 발표를 접한 학자금 대출자들 일부에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자금 상환대상자 혹은 대출자라는 용어를 놔두고, 굳이 ‘빚쟁이’라는 어감이 연상되는 채무자라는 용어를 국세청이 발표한데 따른 반감이 무엇보다 큰 탓이다.

 

국세청 관련부서 관계자는 “관련 법률상에 채무자로 적시돼 있어 이를 사용한 것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학자금 대출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발생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채무자라는 용어가 보다 정확하다”고 해명했다.

 

국세청의 설명처럼 돈을 빌린 사람은 채무자가 맞다.

 

그러나 채무자라는 단어를 대체할 적당한 용어가 없었던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이들 상환대상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보도자료 첫 머리에 채무자라고 적시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환대상자 가운데서도 근로소득이 발생한 학자금 대출자에 대해서는 ‘의무상환대상자’로 명기할 경우 뜻도 선명해지고 어감 또한 딱딱하지 않다.

 

이번 국세청 발표 직후 기자와 통화한 학자금 대출 의무상환대상자는 “회사에서 빚쟁이 취급받지 않도록 이번 상환제도를 개편했다고 했으나, 정작 국가는 자신을 빚쟁이로 낙인찍었다”며 “돈이 없어 대출을 받아서라도 학업을 이어가야 했던 수많은 생계형 재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이럴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일례로 기재위 소속 P某 의원은 학자금 상환 대출자 가운데 근로소득이 발생했음에도 상환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미상환자’로 지칭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로부터 배려의 대상이 돼야 할 저소득층 재학생 또는 사회 초년생에게 채무자라는 용어 사용의 부당성을 진즉에 간파한 셈이다.

 

국세청이 서민과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세정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보다 섬세하고 배려 깊은 용어 사용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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