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단계에서 설계가 잘못됐다."
국세청이 납세자의 고충을 현장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해 주겠다며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이 일선세무서 직원들의 일손만 축낼 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은 전국 115개 세무서가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관서회의실에 마련된 특정 창구에서 내방하는 납세자의 세무고충을 상담해 주고 즉석에서 처리해주는 제도다.
이날은 창구에는 '세금문제 상담팀'이, 각 과에는 '세금문제 처리팀'이 운영된다.
전국 일선 현장에서 납세자의 고충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준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는데 비해 내실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이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만 운영된다는 점이다. 납세자들은 세금고지서를 받고 의문나는 점이 있거나, 세무서의 자료소명요청이 있거나, 세무조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복잡한 세무문제를 상담하고 싶거나 등등 자신이 필요할 때 세무서를 찾는다.
때문에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고 고충내용이 복잡한 경우가 아니면 그때그때 세무서를 찾게 되는 것이 보통인데, 애써 기다렸다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세무서를 방문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부터 두차례 시행했지만 내방 민원인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둘째는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을 세무서 강당이나 회의실에 창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세무서에서는 매월 셋째주 화요일 회의실에 상담창구를 마련하고 부가세·소득세·법인세·세무조사 등 분야별로 우수직원을 동원해 상담에 나선다.
그렇지만 내방민원인들은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에 운영하는 창구보다 해당 과(課)로 직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일부 세무서는 지방청 점검 때 세무사사무실 직원 동원하기도
시간적 여유가 있고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려는 일부 민원인이 상담창구를 찾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고지서나 소명요청서 등에 기재된 담당직원을 만나려 하기 때문이다.
회의실에 마련된 별도 상담창구를 찾는 민원인이 일부에 그치자 세무사 또는 세무사사무소 여직원을 동원해 지방청 점검을 피해가려는 웃지못할 촌극이 빚어지는 사례도 있다.
더욱이 이처럼 한산한 상담창구에 동원된 분야별 베테랑 직원들이 하루 종일 일손을 놓고 사실상 '대기상태'에 있어 인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배경에서 일선관리자들은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뿐 실효성이 없다. 제도에 대한 홍보는 둘째치고 지금과 같은 정형화된 시스템에서는 한계가 있다" 등 비판적인 시각이 주류다.
"단순하고 간단한 세금고충은 지금처럼 해당 과에서 상담한 후 처리해 주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고충민원은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세무서를 방문하면 해결해 준다는 취지인데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일부 관리자의 공감이 있지만 극소수다.
일선 직원들은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선방안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 되는데, 지금처럼 회의실에 창구를 두지 말고 각 과(課) 사무실 출입구 쪽에 별도 상담공간을 마련해 내방민원인의 세금고충을 과(課) 차원에서 해결해 주자는 게 첫 번째 안이다.
두 번째 안은, 1층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창구를 마련해 단순 고충민원인의 경우는 담당직원을 창구로 불러내 해결하거나 상담반직원이 민원인과 함께 해당 과로 이동해서 처리하고, 복잡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고충민원은 분야별 전문직원이나 세무사가 창구에서 직접 상담해 주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금문제 현장소통의 날'이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특정일이 아니라 원스톱 상시 시스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지금처럼 납세자로부터 외면 받아 이용자가 적을 경우 '보여주기 식 아니냐'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제도가 뿌리내리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