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격을 명분으로 원자력방호방재법 개정안 처리를 야당에 촉구하고 있지만 정작 협상을 주도해야 할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외국 출장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당이 과연 협상의지가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 정상회의 참석 전까지 처리돼야 한다며 20일 본회의 소집을 단독으로 요구한 상황이지만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에야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부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으로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오는 26일까지 10박14일로 프랑스, 쿠바, 페루, 미국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원자력방호방재법 처리 문제는 그가 출장길에 오른 직후인 14일부터 본격적으로 쟁점화되기 시작됐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해당 법안의 처리를 '긴급 요청'하면서다. 이에 강 의장은 18일부터 예정됐던 아세안(ASEAN)주요 국가에 대한 공식 방문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여야 접촉에 나서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점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정부 여당은 오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그 전까지 해당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야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12년 한국이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주도한 핵테러 방지 관련 국제 협약의 효력 발휘를 위해 필요한데, 만약 국회 처리에 실패해 박 대통령이 빈 손으로 회의에 참석한다면 "국제적 망신"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민주당은 해당 법안 처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방송법 개정안과의 '연계처리' 방침을 밝히면서 접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다른 법안과 연계해서 이것을 통과시켜주지 않고 있어서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 같은 논란의 기간 동안 협상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자리를 비운 것이다. 그는 법안 처리 문제가 부상하자 이후 일정을 취소하고 오는 20일 오후 5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본래 일정보다 일주일 이른 귀국이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이 절실한 시점에서 여당 협상팀의 대표격인 그가 출장길에 오른 것을 놓고 '국격의 문제'라며 법안 처리를 강조하는 여당의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와관련 19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여당이 아무런 협상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여당은 야당을 성토만 하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