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기술점수(TES)가 6점 정도 차이가 났는데 공정했다고 보나요?"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1일(한국시간) 은퇴 경기를 치른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은퇴와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모두 이날 점수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은 김연아는 219.11점을 획득, 아쉬운 은메달로 은퇴 경기를 마무리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받아 1위에 오른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얻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4.64점을 받아 2위에 오른 소트니코바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149.5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획득, 총 224.59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점수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폭스 TV 해설을 맡고 있는 미셸 콴은 중계를 마치고 "어떻게 그녀가 김연아에 가까운 점수를 받을 수가 있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소트니코바에게 '홈 텃세'가 있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이날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프리스케이팅 구성 요소 기본점수는 큰 차이가 없다. 김연아가 57.49점으로, 소트니코바(61.43점)에 비해 다소 적다. 기본점수 차이는 3.94점이다.

두 선수 모두 눈에 띌만큼 큰 실수는 없었다. 그런데 김연아의 기술점수(TES)는 69.69점에 불과했고, 소트니코바의 기술점수는 75.54점에 달했다.

김연아의 점프가 소트니코바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데도 가산점수(GOE)가 전반적으로 소트니코바에게 비해 적었다. 게다가 스텝시퀀스도 레벨3(스리)를 받는데 그쳤다.

김연아는 대부분의 대회에서 누구보다도 높은 예술점수(PCS)를 자랑해왔는데 이날 김연아의 PCS는 74.50점으로 소트니코바의 PCS(74.41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MBC 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김연아의 점프가 소트니코바와 비교해 부족한 것이 없는데도 심판들 대부분이 소트니코바보다 적게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스텝시퀀스도 오늘은 완벽했다. 충분히 레벨4(포)가 나와야 했는데 레벨3가 나왔다. 오히려 소트니코바의 스텝시퀀스가 레벨3를 받는 것이 맞다. 점수를 후하게 줬다"고 평가했다.

비단 한국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이번 여자싱글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김연아가 점수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은 이유다. 각국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진 것은 논란거리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믹스트존에서는 방송과 AP·로이터 등 세계 유력 통신사, 한국 취재진 순으로 인터뷰를 하는데 김연아는 통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도 심판과 관련된 질문을 받아야 했다.

외신들은 애슐리 와그너(미국)를 향해서도 이번 대회 판정에 대한 생각을 상세하게 물었다.

한국 취재진으로부터도 '결과에 만족하는가' '점수를 보고 어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김연아가 가장 먼저 받은 질문은 점수와 관련된 것이었다.

한 외국 기자는 "TES가 6점 정도 차이가 난다. 소트니코바가 트리플 점프를 하나 더 뛰기는 했다. 그래도 결과가 공정하다고 보나"라고 김연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후에도 "점수가 나왔을 때 안도하는 표정이었는데 당시 소감을 묻고 싶다"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당사자인 김연아는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할 뿐이다.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언급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