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3000억대 사기 대출에 사용된 '인감'이 진짜로 밝혀짐에 따라 KT ENS도 관리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기 대출에 사용된 인감은 등기소에서 발급된 진짜인 것으로 확인됐다.
KT ENS 직원 김씨는 직접 법인 도장을 관리하는 위치가 아니었음에도 관리자 몰래 인감을 가지고 나와 도장을 찍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업체에서 인감증명을 떼 오면 고유번호가 있고 직인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며 "우리는 고유번호 등을 대출이 이뤄질 때마다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업무를 정확하게 했다"며 "법인 인감은 그 회사의 지문같은 것인데 한 사람이 그렇게 인감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감 사용은 철처히 기록하는게 일반적인데 KT ENS가 이를 허술하게 관리한 것"이라며 "인감증명서를 일개 직원이 함부로 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감이 진짜라고 해도 매출채권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에 KT ENS가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KT ENS는 "인감을 찍은 매출채권 자체가 없다"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KT ENS는 "대출약정, 지급보증을 한 사실, 본건 대출 관련 사용인감을 승인한 사실 등이 없다"며 "특히 이번 금융대출사기 과정에서 이용된 종이 세금계산서는 2011년 이후 법인간 거래에서 전혀 사용한 사실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KT ENS는 또 "금융대출 사기사건과 관련해 KT ENS의 계좌가 사용된 일이 없다"면서 "경찰은 물론 금융감독원 등 관련 수사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정보공유를 통해 진상이 명백히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한 경찰과 금감원은 은행 직원의 공모여부와 여신 심사의 적정성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은행들은 KT ENS가 지급을 거부할 경우 법적 소송에 나설 태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아직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KT ENS 등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KT ENS가 지급을 거부할 경우 소송으로 이어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뱅가즈법률사무소 박혁묵 변호사는 "사기에 사용된 KT ENS의 인감이 진짜라면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소송이 벌어진다면 인감을 잘못 관리한 것과 관련해 일부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인 은행들 역시 여신 심사를 잘못한 책임이 있다"며 "KT ENS의 인감관리 소홀과 은행의 여신 심사 부실 정도에 따라 책임의 비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