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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5.07. (수)

[기자수첩]숨은세원, 역외탈세 그리고 지하경제…원년(元年)

원년(元年). '임금이 즉위한 해' 또는 '나라를 세운 해'를 뜻한다.

 

정부나 단체, 기업 등에서 해당 정책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어떤 일이 처음 시작되는 해'라는 의미를 가진다.

 

국세청에서도 국세행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원년'의 의미를 강조하며 정책추진에 드라이브를 거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의 사례를 꼽자면, 2010년의 '과세 사각지대(死角地帶)에 있는 숨은 세원을 양성화하는 원년'이 우선 떠오른다.

 

연초 국세행정 운영방안과 세부 실천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인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공평과세 실현과 재정수입 확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숨은 세원 양성화 원년'을 선포했다.

 

이후 6개 지방청 조사국에는 숨은 세원 양성화 전담팀이 설치됐고, 부동산개발업 분양대행업 페이퍼컴퍼니 자금세탁 해외도박 환치기 등 과세 사각지대에 대한 세원정보수집활동이 대폭 강화됐다.

 

숨은 세원 양성화 원년 선포와 함께 역외탈세 등 과세사각지대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조사를 실시, 2조7,707억원을 추징하는 성과도 냈다.

 

두번째 예는 이현동 국세청장의 역작이기도 한 역외탈세와 관련한 것으로, 2011년의 '역외탈세 차단의 원년'을 꼽을 수 있다. 현지 세정전문요원 파견, 외국국세청과 정보교환 활성화, 전략적 세무조사, 해외금융계좌 신고제 등 다양한 정책 뒷받침이 이어졌다.

 

2011년 한해동안 역외탈세와 관련해 156건을 기획세무조사해 1조원에 가까운 9,637억원을 추징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렇지만 내실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역외탈세 추징세액 1조4,656억원 중 6,199억원만 현금징수돼 징수비율이 42.3%에 그친 것.

 

'역외탈세 차단 원년'으로 까지 선포하고 대대적인 기획조사 등을 벌였지만, 세수확보 면에서는 '뿌린 만큼 제대로 걷지 못한' 정책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국세행정은 '지하경제 양성화 원년'이 될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고 세수 확보를 위한 행정력이 집중될 분야이기도 하다. 벌써 서울·중부청 등 수도권청 조사국을 중심으로 인력 보강이 이뤄지고 있다.

 

'원년' 선포와 함께 정책추진 의지를 다질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세무조사 등 세무행정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제 금융 경제운용 사회질서 등 각 분야에서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하경제 양성화 원년'이 '듣기 좋은 구호'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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