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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7.01. (화)

조세정책 방향성에 대한 단상

우명동 <성신여대 교수>

정권 교체기가 되면서 현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차기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각종 논의들이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다. 조세분야도 예외가 아니어서 갖가지 의견들이 분분하다. 이렇게 혼란스러울수록 원칙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무릇 한 나라의 바람직한 조세체계란 주어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배경으로 소득·법인·소비·재산세군의 세율과 그 세수 비중이 각 조세군에 부여된 고유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게 하면서 전체적으로 그 사회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소득세군의 경우 오늘날 소득세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 누진차별과세를 통해 세수를 늘리면서도 자본주의사회 불공평성을 시정하고자 하는데 뜻을 두고 있었으며, 법인세는 공평성 확보보다는 기업투자 촉진을 통한 경기 조절목적으로 부과되는 조세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한편 소비세는 늘어나는 국가기능에 부응하는 재원조달목적을 부여받고 있는 바, 그것이 갖는 역진적 성격으로 인해 전반적 조세부담구조에 상응하게 그 부담수준을 정해 나갈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재산세는 소득세가 갖는 공평성 확보를 보완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조세군별로 주어진 이같은 특성을 고려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사회경제적 여건에 부응하게 전반적으로 조세체계를 구상해 나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불균형성장 정책으로 계층·기업·지역간 격차가 깊어져 온 데다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후 그 격차가 더욱 심화돼 온 상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설상가상 어느 나라보다 심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미래위험 증가, 언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에 대한 대비 등으로 국가 역할이 더욱 긴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정책수단 중 하나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의 하나인 조세정책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상응하게 그 방향성이 설정돼야 할 것이다.

 

먼저 GDP 대비 총조세부담률(사회보장 포함)을 보면, 2010년 기준 OECD 평균치가 33.8%인데 우리는 25.1%로서 밑에서 네 번째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거기 포함돼 있는 사회보장기여금 중 고용주부담금은 다른 나라(이하 ‘다른 나라’는 OECD국가 지칭) 평균이 5.3%인데 한국은 2.5% 수준을 보여 평균의 반에도 다다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처한 사회경제적 여건에 비춰볼 때, 부담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기에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먼저 개인소득세는 최고한계세율이 38.5%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간 낮은 수준이지만 세수 비중은 다른 나라 평균치 8.4%에 비해 우리는 그 반에도 못 미치는 3.6%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국민개세주의에 의한 과세보편성 확보라든가, 금융종합과세·주식양도차익과세 강화 등이 갖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법인세의 경우는 전체 법인소득의 90%이상을 10%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고 법인세도 그들이 90%이상을 납부하고 있는 극단적 분포를 고려해 볼 때, 세율구간 조정과 더불어 전체 법인에 대한 조세지원의 60여%가 삼성전자 등 10대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고액법인에 대한 조세지원을 축소하고 일자리 창출기능이 큰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증대시키는 등 차별적 세원관리 필요성이 긴요해 보인다.

 

한편 소비세 경우는 부가가치세 현행 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고 세수 비중도 다른 나라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부담구조 조정을 통한 사회적 통합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도 총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높고 역진적인 부가가치세 세율을 성급하게 올리기 보다는 면세범위 축소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나아가 재산세의 경우는 다른 나라 평균에도 못 미치는 보유세 비중을 제고시킴으로서 소득세의 공평성 기능을 보강하고, 그 대신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거래세는 그 비중을 대폭 낮춰 부동산이 경기조절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아 안정적인 생활과 생산 현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세제가 기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단지 그 경우 광역자치단체의 세원 보전을 위한 세원 재배분이 뒤따라야 함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해방후 이어지는 성장 위주 경제개발정책 수행과정에서 개인주의화가 가속화된 가운데서도 사회적 연대, 동료애 등이 아직도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높은 국민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성에 부응하면서 현재 주어진 사회경제적 여건을 감안해 볼 때, 우리는 무엇보다도 세수비중을 제고시키면서 한편으로 공평성을 제고시키고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잠재적인 생산능력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사회통합을 제고시키고 빈번해지는 위기적 상황에 대한 충격흡수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나가야 하지 아니할까?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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