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5.05.10. (토)

지방재정의 허와실

이영희 <한국지방세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도 재정·금융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다시 심화되면서 중국, 미국, 일본 등도 지방정부의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위기는 더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방 공기업을 중심으로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성남시는 이미 재작년에 지불 유예를 선언했고, 용인시의 경전철, 태백시의 오투리조트, 대전 동구청의 신청사 건립 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인천시는 송도 개발 등으로 인한 부채 비율이 35.4%로 재정위기에 대한 압박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 최근 지방자치단체는 작년에 정치권에서 합의해 통과시킨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과도한 지방비 부담으로 재정압박이 크다. 서초구는 이미 추가적인 국가의 재정지원 없이는 더이상 영유아 무상보육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방침으로 견해 차이가 큰 상황이다. 이번달 안으로 공청회를 거쳐 해결 방안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닌데, 정치권은 예비비를 사용해서라도 무상보육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상하건데 대선이 있는 해인만큼 정부는 정치권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외국의 재정위기를 통해 복지 포퓰리즘, 무책임한 과잉투자 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재정제도의 구조개혁을 통해 사전에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1995년 지방자치실시 이후 지방재정 규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7년간 지방재정 규모의 연평균 증가율은 10.2%이다. 수치만으로는 지방의 재정규모가 매우 커진 만큼 자치단체의 위상도 올라갔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2006년 정도부터 사회복지관련 지출이 급증하면서 국가로부터의 이전재원이 증가해 지방재정 규모가 커진 것이다. 국가 총재정은 7년간 연평균 증가율 6.6%와 사회복지지출 9.1% 증가율을 보이는데 반해, 지방재정은 6.2% 증가율과 사회복지지출은 2배가 넘는 14.7%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자치단체는 사회복지비 부담의 급증으로 인해 자체사업을 수행하는데 많은 애로가 발생할 것이다. 영유아 무상보육을 둘러싼 갈등은 이러한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즉 지방재정 지출의 증가는 국가에서 이전되는 사회복지관련 국고보조금의 증가에 따라 커진 허수에 불과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이전재원 위주의 재정구조는 재정책임성을 약화시켜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소지가 크기 때문에 자주재원 위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전에는 지방재정에서 점하는 지방세 비중이 42.8%였는데 2010년은 31.9%이다. 그것도 2000년과 2001년에 도입된 이전재원 성격의 주행세와 지방교육세를 포함한 것이고, 이들을 제외하면 27.2%에 불과하다. 지방재정 구조가 지방세 비중은 낮고 이전재원 비중이 높으면 자치단체는 세수 확충을 통한 지출 충당보다는 중앙정부 로비에 의한 이전재원의 확대를 위한 노력에 더 역점을 두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다른 자치단체 지역주민이 부담하는 지방세로 내 지역의 공공재를 공급하게 됨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과다 공급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한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호화청사, 경기장, 문화센터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 구조 중 이전재원 비중은 줄이고 자주재원인 지방세의 비중을 높이도록 하여 재정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재정책임성의 강화는 자치단체가 과세권을 갖고 편익에 대한 비용을 지방세와 연계시켜 조세가격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지만, 그 전 단계로 지방재정에서 점하는 지방세 비중이 어느 정도 확보되도록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에서 점하는 지방세 비중은 OECD 단일형 24개 국가 중에서 19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재원조달 책임과 지출 책임간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재정책임성이 약화되므로 다른 선진외국과 같이 재산과세 위주의 지방세 구조에서 신장성이 좋은 소득 및 소비과세 위주로 개편해 괴리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지방재정이 실속있게 운영되려면 지방세 위주로 구성돼야 하고, 지방세는 지역주민이 제공받는 편익과 연계해 비용을 부담하는 차원에서 설계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치단체장은 업적 위주의 사업을 무리하게 집행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는 자치단체의 동의없이 사업 집행을 위해 지방비를 부담시켜서도 안된다. 작년말에 급작스럽게 통과된 영유아 무상복지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복지 포퓰리즘을 보여주는 사례로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주민 모두가 삼위일체가 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어 사회복지관련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돼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