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을 기해 서기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명예퇴직으로 정들었던 세정가를 떠난 가운데 명퇴 제도 폐지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전관예우 금지를 골자로 한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명예퇴직 제도의 존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 대다수의 국세청 직원들은 전관예우 근절에 따른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공감하면서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명퇴제도의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서기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은 기업고문 유치 및 로펌 영입 등 전관예우가 없어지는 마당에 유독 국세청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명퇴제도를 이번 기회에 폐지해 공무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년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명퇴제도가 지속된 것은 옷을 벗고 나가더라도 고위공직자로 근무했던 경력이 큰 메리트로 작용했는데 이제는 시대도 변하고 상황도 바뀐 만큼 명퇴를 강요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음달 부산청의 1급승진에 따른 TO확대와 승진인사 요인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부터 명퇴제도를 폐지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하위직 국세공무원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동안 서기관으로 승진한 후 부귀를 누리면서 공직생활을 했으면 후배들에게 승진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명퇴제도를 유지해야 된다는 의견이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취임전 실시된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명예퇴직' 제도의 폐지 질문에 확답을 피하면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이 국세청장은 서기관급 이상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명예퇴직 제도가 정작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강제적인 퇴임제도라는 지적에 대해 명퇴제도 폐지는 조직관리상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유가 어찌됐던 이제는 전관예우도 사라진 마당에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업무능력을 갖춘 관리자들을 인재보호 차원에서라도 더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명예퇴직 제도가 조직 내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조직의 활성화를 위한 측면이 있더라도 타 부처에서 운용하고 있지 않는 명퇴제도를 굳이 국세청만이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어쩔 수 없이 국세공무원 생활을 강제로 마감해야 하는데 회의를 느끼는 서기관급 이상 국세공무원의 아픔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명예퇴직자의 결단을 지켜본 후배 직원들은 그들의 떠나는 뒷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결코 명예롭지 못한 가운데 평생직장을 떠나는 명퇴자들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에 의문부호를 달고 물러나고 있다.
이제 인사권자도 명예퇴직 후 고위공직자들에게 주어지던 전관예우가 없어진 만큼 명퇴제도의 폐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될때가 되지 않았나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