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중앙정부 재정은 예산단일의 원칙(unity principle)과는 달리 1개의 일반회계, 5개의 기업특별회계, 13개의 기타 특별회계 및 65개 기금으로 이뤄져 있다. 2011년 현재 기금 수는 총 65개로 사업성기금 43개, 사회보험성 기금 6개, 계정성 기금 5개, 그리고 금융성기금 11개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모든 회계와 기금의 수입이나 지출을 단순 합산할 경우 회계간 전출입 금액 등을 중복계상해 실제의 재정수입 또는 지출 전체보다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총수입과 총지출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바 총수입은 중앙재정의 실제 수입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회계·기금간 내부거래 등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것으로 사실상 IMF가 국제적 비교를 위한 공통 기준으로 제시하는 통합재정 작성방식과 거의 같은 개념이다. 여러 기업들로 구성된 그룹이 그룹 전체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기업간 내부거래를 제외한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 재정규모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비영리공공기관의 모든 재정활동을 포함하는 것으로, 각 국은 국민계정 작성기준(System of National Accounts)에 따라 작성하고 있다. 현재 일반정부 재정규모에는 공기업은 제외되고 있는 바 286개 공공기관 중 공기업을 어디까지 공기업으로 보느냐에 따라 일반 정부의 재정규모가 달라지게 되고 이는 곧 국가부채의 규모로 연결된다. 정부는 지난 1월 재정통계개편 공청회를 통해 지금까지 현금주의 기준이었던 재정통계기준을 발생주의 기준으로 적용하고 정부의 포괄범위에 기존에 배제됐던 민간관리기금 20개와 비영리공공기관을 정부포괄범위에 추가했다. 일단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제표준의 적용에 따라 통계의 객관적 국제 비교 및 재정 상태에 대한 보다 정확한 파악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재정 운용의 실효성 및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 지출은 예산으로 이뤄지거나 기금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가 2004년부터 통합재정의 차원에서 총지출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하면서 예산과 기금간의 경계가 다소 흐려진 것이 사실이다. 과거 따로 따로 주머니를 차고 그 주머니 내에서 배분적 합리성과 기술적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현재와 같은 통합재정의 관점에서 총액배분 자율편성(top-down budgeting)하는 프로그램예산제도로 진화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렇게 예산과 기금의 연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문제는 기금이 기금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존치해야 하는 명분을 부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과거와는 달리 기금과 예산의 형식적 절차, 즉 기금운용계획의 확정 및 기금결산의 절차가 세입세출의 확정 및 세입세출의 결산과 동일한 절차로 국회의 의결을 거치게 됨에 따라 재정수단으로서 둘의 본질적 차이가 줄어들었다.
기금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로써 설치한다. 기금은 예산과 달리 조세수입이 아니라 출연금, 부담금 등을 재원으로 하며, 특정목적 사업의 추진을 위해 수입과 지출의 연계가 강하게 나타난다. 국가재정법에서는 사업성 기금의 경우 20%의 범위내에서 국회의 의결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집행에 있어 예산에 비해 보다 많은 자율과 탄력성이 부여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금 중 이러한 수입과 지출의 연계나 출연금, 부담금을 재원으로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2010년 결산기준으로 일반회계 예산에서 9조1,494억원의 자금이 기금으로 전출되고 있다. 따라서 현실의 재정 지출은 기금의 수입기반이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 일반회계가 기금의 부족한 재원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회계는 단순할수록 투명해진다. 일반회계의 예산사업으로 추진돼야 할 사업들이 독립적인 기금의 사업으로 유지되고, 지속적으로 일반회계의 지원을 받는 구조는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회계구조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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