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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5.06.30. (월)

수출입업무의 복병 - 품목 분류!

여주호 관세사·청솔관세법인 대표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FTA 추진으로 '품목분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수출입 물품에 부여된 HS코드에 따라 원산지 결정기준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국가별로 상이한 품목분류 정책으로 관세추징 위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품목분류에 관한 행정심판건수는 여타 관세이슈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09년 기준으로 행정심판 접수(376) 중 총 213건이 품목분류에 대한 것으로, 이는 전체 행정심판의 약 56.6%를 차지할 정도로 품목분류에 관한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FTA를 논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수출입 기업에는 품목분류의 리스크가 가장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입 기업이 품목분류를 어려워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물품이 증가하고, 복합물품 및 여러 개의 재료로 구성된 혼합물품, 특정물품에 혼재된 다양한 용도, 성분별로 품목분류가 결정되는 농림축수산물 등 소위 1차 산품 또는 가공도에 따라 품목분류가 달라지는 물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안은 채 품목분류를 잘못 결정한 경우 수출입 기업에는 어떤 리스크가 발생할까? 첫째, 품목별 세율차이로 인한 추징문제가 발생한다. HS코드가 변경되면 관세율이 변경돼 세액의 변동, 감면대상의 오류, 수출환급금의 과다환급, FTA 세번결정 오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품목분류의 오류는 본세(관세 및 내국세)의 추징 이외에도 가산세까지 부과당하게 돼 수출입기업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둘째, 승인, 허가등 수출입요건의 불비문제가 발생한다. 품목분류를 잘못하게 되면 승인, 허가, 추천등의 대상품목이 요건확인 생략품목으로 잘못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액을 감액시킬 목적으로 허위로 품목분류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 경우 관세법상 '부정수입죄' 또는 '관세포탈죄'로 처벌되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이처럼 관세품목분류는 그 결과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이를 회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기업 스스로 품목분류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기업은 FTA원산지 전담 관리자를 두고 자사 수출입 물품의 원재료와 완제품에 대한 제조공정 및 물품의 기능(특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관세당국은 FTA 검증단계에서 세번 변경기준의 충족 여부를 검토하게 되는데, 원재료 및 완제품에 대한 품목분류가 잘못 결정되면 원산지 증명이 잘못된 것이 돼 결과적으로 관세추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수출입 업무 담당자는 종종 품목분류에 대한 오해, 업무태만, 의도된 낮은 관세율의 적용 등 관행적 업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전문성을 쌓거나 관세사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품목 분류에 관한 업무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관세청에 품목분류를 질의하거나 사전심사를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새로운 상품이거나 향후 품목분류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품은 '품목분류사전심사'를 신청하거나 수출입실적이 있는 경우에는 '품목분류 확인신청'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만약 FTA 상대국에서 품목분류를 상이하게 결정해 분쟁이 발생한 기업이라면 관세청 'HS 국제분쟁신고센터'에 문을 두드려 보는 방법도 있다. 최근 독일에 수출되는 휴대폰과 네덜란드에 수출되는 LCD품목의 경우 관세청의 지원을 받아 품목분류 분쟁이 해결된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물론 해당 기업은 수출물량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의 관세를 절감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셋째, 통관단계에서 관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 수출입신고가 수리(소위 '면장' 발부 이후)된 이후 세관당국의 물품분석 결과에 따라 세율이 변경된다면 고세율의 관세가 부과될 뿐만 아니라 관세청 세무조사 결과 품목분류의 오류로 인한 추징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관세가 무세인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관세가 무세인 품목에 대해 생산지원비용 누락 및 품목분류의 오류가 발생해 거액의 본세(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9억원 상당의 가산세를 추징한 사례가 있었다. 관세가 무관세인 품목도 여전히 부가가치세 등 내국세가 부과되고, 패널티(가산세)도 평균 30% 수준임을 유념해야 한다.

 

 수출입신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원칙적으로 화주에게 있다. '품목분류'의 결정은 수출입 업무의 화살촉과 비슷하다. 품목분류를 결정하게 되면 FTA 결정기준의 판단, 세율의 적용, 감면의 적용, 허가 등 요건확인, 환급금의 결정, 원산지표시대상의 결정 등 여러가지 관세 이슈와 연결된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출입 담당자의 관행적이고 자의적인 품목분류 결정을 지양하고, 동시에 CEO의 관심과 시스템 정비, 기업 내부 전문가의 양성, 관세사 등 관세 전문가와 협의하는 등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관세분쟁 해결 요청 및 사전회신제도 등 관세당국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품목분류' 리스크를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다.

 

 ※본면의 외부기고는 本紙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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