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학에 다니며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지금은 학부모가 된 486세대(40대ㆍ80년대 학번ㆍ60년대생)가 최근 대학가의 등록금 투쟁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일 전국등록금네트워크(등록금넷)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 50여명은 지난달 말 '등록금과 교육비를 걱정하는 학부모 모임(이하 모임)'을 결성했다.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자녀를 둔 모임 회원 상당수가 1980년대 대학가를 휩쓴 학생운동에 직ㆍ간접으로 참여했고, 지금도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꾸준히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이들이다.
지금까지 등록금 투쟁이 총학생회나 대학생 단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지만 자녀의 학비를 실제로 부담하는 학부모로서 "등록금 문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대표적 사례가 1988년 연세대 재학 중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을 맡았던 정명수(45)씨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두 차례나 징역형을 살기도 한 정씨는 지금 의료용 모니터를 제작, 판매하는 한 중소업체 부사장이자 대학생과 고등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다.
평소 아들을 비롯한 대학생들과 꾸준히 만나며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한 정씨는 등록금넷이 지난달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하는 '반값 등록금' 시행 촉구 1인 시위에 13일 학부모 자격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정씨는 "비싼 등록금은 학생들을 학점과 장학금 경쟁으로 몰아넣어 건강한 사회의식을 키우기 어렵게 한다"며 "취업난과 더불어 등록금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지금 20대는 존재 자체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간 등록금 투쟁은 학생운동이 주축이었지만 이들의 교육비를 직접 부담하는 이들은 학부모"라며 "과거 학생운동에 참여한 486 학부모 사이에 '등록금 문제는 학부모의 문제'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486세대는 민주화 세대로서 과거 불의에 항거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할 뿐 아니라 인터넷을 매개로 한 소통에도 능숙한 '컴퓨터 1세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 결과 4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8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 이용률에서도 40대는 30대와 함께 주된 이용자층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들이 결합하면 486세대가 등록금 문제를 비롯한 특정 이슈들에서 강한 폭발력을 낼 수 있으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진보 교육감 당선 배경에도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40대 학부모의 지지가 큰 몫을 했다"며 "486의 결집은 등록금 문제 등 민생 현안에 관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486세대는 부정에 대한 저항에 매우 익숙하고 젊은 시절 경험을 통해 이를 내면화한 세대"라며 "80년대 민족ㆍ민주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이 '생활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징조로 보인다"고 말했다.